[ 김정훈 기자 ] # 직장인 박모씨(32)는 올 가을 중고차로 5년이 지난 '그랜저TG'를 구입했다. 가격이 경차 수준인 데다 쏘나타보단 그랜저가 넉넉해서 좋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월급이 적다"면서 "중형급 신차를 사고 싶었는데 가격이 부담돼 1000만원대 그랜저가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구매 배경을 밝혔다.
중고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그랜저TG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국산 중대형차 가격이 3000만원대로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차를 타겠다는 '알뜰 구매족'이 늘고 있어서다. 업계는 올해 중고차 연간 거래대수가 작년(약 310만대)보다 늘어난 33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일 한경닷컴이 중고차 전문업체 SK엔카 협조를 받아 올 1~11월까지 중고차 등록대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랜저TG가 한해 동안 중고차 구매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모델로 조사됐다. 중고차 등록대수는 실제 거래대수와 비례한다. 차량 등록대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거래가 활발하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
차종별로 보면 그랜저TG는 5만3704대가 등록돼 YF쏘나타(5만1203대)와 K5(4만3875대)를 제쳤다. 그랜저TG는 2011년부터 3년 연속 이 부문 타이틀을 지켰다. SK엔카 관계자는 "그랜저TG는 구형 모델이지만 신형보다 감가가 많이 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대형차가 필요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월 현재 2008년식 그랜저TG 시세는 1040~159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랜저TG에 이어 거래가 활발한 YF쏘나타도 내년 초 후속(LF쏘나타) 출시를 앞두고 있어 내년에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중고차는 BMW 뉴 5시리즈(2만3970대)와 뉴 3시리즈(1만7216대)가 1,2위에 올랐다. 5시리즈와 3시리즈는 작년과 비교해 등록대수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우디 A6(1만2474대)·A4(1만192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1만90대)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중고차 시장에서 수입차 구매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준중형 또는 중형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산 중고차의 차종별 인기도는 그랜저TG, YF쏘나타, K3 순이었지만 차급별로 인기 차급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나타났다. SK엔카에 등록된 SUV 비중은 19.4%로 가장 많았다. 작년엔 중형차가 많았으나 올 들어 SUV가 큰 폭으로 늘었다. 싼타페(CM) 스포티지R, 투싼ix, 코란도C 등이 인기를 끌었던 게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그 다음은 중형차(19.2%), 대형차(18.6%), 준중형차(15.6%), 경차(7.5%) 순이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한해 동안 SUV를 찾는 중고차 구매자들이 많았다"면서 "이용 목적에 맞게 구매하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비가 대두되면서 SUV가 대중적인 세단의 인기를 앞지르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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