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과 부영그룹 등 대기업 오너들이 직접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다른 계열사로 넘기고 있다. 기업 오너들을 타깃으로 강화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분석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장세욱 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DK유엔씨 주식 전량을 유니온스틸에 장외매각했다. 두 사람이 16만7432주(15%)씩 총 30%를 넘기면서 유니온스틸의 DK유엔씨 지분율은 44.7%로 늘어났다. 매각 가격은 주당 2만4191원으로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사장은 40억550만원씩 총 81억100만원을 현금화했다.
DK유엔씨는 시스템통합(SI), IT시스템 운영, IT솔루션 개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동국제강이 51.9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동국제강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2005년 매출 155억원, 영업이익 1억원 수준이었던 실적은 이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0년 매출 1060억원으로 1000억원대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에는 매출 2332억원, 영업이익 41억원을 기록했다. 7년 만에 15배 넘게 덩치가 커진 셈이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국내 계열사와의 거래 규모는 780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33.44%에 달한다.
이번 지분매각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상장사 30%)이고 내부거래액이 매출의 12% 이상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이 된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도 부담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넘고, 오너 지분율이 3%를 넘어서면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이다.
부영그룹도 지난달 18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오너가가 직접 지배하고 있던 부영CNI와 신록개발 지분 100%를 각각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에 넘겼다. 부영CNI는 당초 이 회장과 부인인 나길순 씨가 각각 지분 35%를, 이 회장의 아들인 이성훈 부영 전무가 지분 30%를 가지고 있었다. 동광주택도 이 회장이 지분 35%를, 이 전무가 지분 65%를 갖고 있던 신록개발 지분 100%(5만주)를 매입했다. 두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모두 100%에 달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은 증여세가 보유지분을 통한 이득보다 많은 비상식적인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기업 오너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는 사례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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