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 62년만에 수정…한·중·일, 이어도 겹쳐 분쟁 불씨

입력 2013-12-08 20:43   수정 2013-12-09 04:23

뉴스 분석 - 정부, 방공식별구역 확대 선포

中 선포에 대응…15일 발효
남쪽지역 비행정보구역과 일치…美 "책임 있는 조치" 인정



[ 조수영 기자 ] 정부는 8일 제주도 남단의 이어도까지 확대한 새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포했다. 1951년 3월 미 태평양 공군이 설정한 지 62년 만에, 중국이 일방적으로 이어도를 포함한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한 지 15일 만이다.


○전투기 출격 등 우발적 충돌 가능성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은 기존 KADIZ의 남쪽 구역을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인접국과 중첩되지 않은 ‘인천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되도록 조정됐다”며 “이 조정된 구역에는 우리 영토인 마라도와 홍도(경남 거제도 남쪽 무인도) 남방의 영공, 그리고 이어도 수역 상공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 들어 있는 마라도와 홍도 일부 상공을 포함해 명백한 우리 영공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이어도 수역에 대한 관할 의지도 재차 밝힌 것이다.

정부의 조정안에는 FIR이 중요한 기준이 됐다. 장혁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브리핑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인정하고 국제협약이 통용되는 구역”이라며 “FIR과 KADIZ를 일치시키면 민간 항공기들이 지금과 같은 절차에 의해서만 비행계획을 통보하면 된다는 장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으로 7일간 유예기간을 둬 오는 15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도록 했다. KADIZ 조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마라도와 홍도 영공, 이어도 수역 상공이 모두 중첩되는 일본과 외교적 협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전투기 출격 등 우발적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이어도 남단이 겹치는 중국과는 당분간 협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지난달 23일 일방적으로 선포한 CADIZ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기 때문이다.

○중·일 언론 “이어도 중첩 불안정성”

정부는 KADIZ 확대로 주변국 간 긴장이 고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확대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중국과 달리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충분히 설명했으며 주변국들이 우리의 조정안에 대체로 공감 기류를 보였다는 것이다. 장 정책기획관은 “국가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정부의 조정안이 국제규범에 부합하고 과도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KADIZ 확대에 대해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이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과 사전 협의를 통해 책임 있고 신중한 방식으로 이번 조치를 추구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KADIZ 확대에 동의 또는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의 노력을 긍정 평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지지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사키 대변인은 또 “한국이 방공식별구역 조정을 국제 관행에 맞춰 추진하고 비행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을 비롯해 국제 공역에 관한 국제법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반응이다. 중국의 CADIZ 선포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차별화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중국은 CADIZ 발표 이후 미·일의 반발에 대해 “중국에 이러쿵저러쿵할 권리가 없다”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국이 주변국의 요구에도 CADIZ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KADIZ 확대로 한·중·일 3국의 방공구역이 중첩된 점은 갈등의 불씨가 잠재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매체들은 한·중 간 분쟁지역인 이어도가 포함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어도 주변 상공은 일·중·한 세 나라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형태가 돼 운용을 둘러싸고 지역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 같다”고 보도했다.

○원거리 작전 능력 확보 필요

KADIZ를 확대함에 따라 이 구역에 들어오는 항공기를 감시·식별하는 능력과 원거리 작전이 가능한 전력을 확보하는 게 과제로 떠올랐다.

제주도에 설치된 감시레이더로 이어도 상공에 진입하는 항공기를 탐색할 수 있다고 군은 설명하고 있지만 구름이 낀 날씨에도 원거리를 탐지할 수 있는 주·야 적외선 겸용 지상레이더 확보가 필요하다. 제주도에 공군기지 확보 필요성이 대두된다. 현재 공군 주력전투기인 KF-16에 연료를 가득 채우면 독도에서 10여분, 이어도에서 5분가량만 작전할 수 있다.

■ 방공식별구역(ADIZ)

군용 항공기의 진입을 식별하고 감시하기 위해 영공 외곽의 일정 지역 상공에 설정하는 자의적 공간이다.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은 아니지만 이곳에 진입하는 군용 항공기는 해당 국가에 미리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진입 시 위치 등을 통보해줘야 한다. 통보 없이 외국 항공기가 침범하면 전투기가 출격한다.

■ 비행정보구역(FIR)

민간 항공기의 비행공역을 구분한 선으로 국가별로 중첩되지 않는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하며 국제법상 각국의 준수 및 존중 의무가 강제되는 공역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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