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초마다 되풀이 된 '규제 개혁'…이번에도 용두사미 우려"

입력 2013-12-09 21:11   수정 2013-12-10 06:20

정부, 규제시스템 개혁

경제단체 "차라리 규제 늘지 않으면 다행"
정부선 '규제총량제' 도입해 건수 최소화
의원입법으로 신설된 규제도 사후검증



[ 이심기/김주완 기자 ]
정부가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의 생성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규제 신설을 금지하고 규제총량제를 도입해 전체 규제 건수를 줄이기로 했다. 사전심의를 받지 않는 의원입법에 대해서는 사후검증 등의 방법으로 규제심사를 한 뒤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지침·고시 통한 규제 철폐

정부는 9일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민관합동 ‘규제시스템 개혁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무조정실과 행정연구원, 법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이 참여한 ‘민·관합동 규제개선연구 태스크포스(TF)’의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이 방안에 따르면 부처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규칙이나 지침 등의 형태로 규제를 만드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제한은 원칙적으로 법률이나 대통령, 총리·부(部)령에 근거해야 하는데도 각 부처가 임의로 고시나 지침 등을 활용해 규제를 양산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은행이나 보험사에 대한 감독 규정 등이 대표적 사례.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 등 사업자단체 활동지침과 입찰질서 공정화에 관한 지침,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심사지침 등도 고시 형태의 규제에 해당한다. 국세청이나 관세청이 내리는 각종 행정명령도 마찬가지다. TF에 따르면 행정편의적인 재량규제가 전체 규제 건수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가 구두로 지시하는 지침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각 부처의 이런 자의적 규제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필요한 경우 법령 단계로 올리거나 위임근거가 부족한 고시는 없앨 방침”이라고 말했다.

○의원입법도 사후 검증 추진

정부의 사전규제심사를 받지 않는 의원입법을 활용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규제를 늘리는 부처의 관행에도 제동을 걸기로 했다. 임대계약 갱신 시 전세보증금 증액 한도를 5% 이내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나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시킨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인 사례. 시장 자율기능을 침해한다는 찬반 논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두 법안 모두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돼 정부 내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무조정실은 의원입법으로 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된 경우 각 부처가 규제영향분석을 실시, 관보에 게재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입법권 침해라는 국회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보완방안도 함께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규제총량관리 원칙’을 적용해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건수를 최소한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기로 했다. 2011년 영국에서 실시된 ‘원-인, 원-아웃(One-in, One-out)’제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규제가 추가될 경우 기존 규제건수를 줄여 전체적인 규제건수를 동결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기업이나 개인이 규제 개선이나 폐지를 요청할 수 있는 ‘국민청구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 규제 시행 결과를 전문기관이 평가해 공개하고, 규제 등록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해당 부처가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규제는 1년간 유예기간을 준 뒤 이후에도 미등록 상태로 존재할 경우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TF의 개선방안을 토대로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포함한 규제 관리 개선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제계 “정치적 헛구호 안돼야”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평가하면서도 정권 초기 반짝하다 마는 ‘용두사미’ 관행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 ‘비즈 프렌들리’를 표방한 지난 이명박 정부도 출범 초기 ‘규제 대못뽑기’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했지만 규제 건수는 5년 동안 2600여건이나 증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5개월 만에 882건의 규제가 새로 늘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역대 정부마다 규제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해마다 기업 규제가 계속 늘었다”며 “정치적 헛구호에 그친 관행이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은 행정규제기본법을 개정, 모든 행정문서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정해 각종 규제의 유효기간을 제한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원입법의 경우 독일처럼 ‘국가규범통제위원회’를 통해 과잉입법을 제도적으로 억제하고, 규제 개정·폐지 국민청구제도는 기업들이 적극 나서기 어려운 만큼 국무총리가 직권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검토 일몰규제에 대해서는 3회 연장시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하도록 ‘3진 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동연 실장은 “그동안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을 한다고 했는데 주어진 틀 위에서 제자리걸음만 한 건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규제시스템의 기본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심기/김주완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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