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뮤지컬 복권

입력 2013-12-10 21:28  

추첨으로 공연티켓 싸게 파는 미국
초대권 많은 국내 공연문화 아쉬워

조강래 < IBK투자증권 대표 ckr@ibks.com >



“I won the lottery for the musical ‘the Book of Mormon’!” (뮤지컬 ‘모르몬교의 책’ 복권에 당첨됐어요!)

뉴욕을 여행 중인 후배가 페이스북에 뮤지컬 복권에 당첨됐다는 자랑글(?)을 올렸다. 후배에게 여행에서 무슨 복권에 당첨됐다는 건지, 뮤지컬 복권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얘기인 즉, 미국 브로드웨이 극장들은 가장 좋은 오케스트라석 표 10여장을 남겨두었다가 당일 공연 시작 2~3시간 전에 현장 추첨을 통해 7~8명을 선정, 파격적인 할인가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매회 매진 행렬의 인기 공연인 데다 현장에서 응모한 사람만 100여명이 넘어 기대도 안 하고 있었다던 후배는 이름이 불리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가 표 값으로 지불한 돈은 고작 32달러, 한국 돈 3만5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상 표 가격은 무려 200달러를 호가한다고. 매진 공연의 표를 일부러 남겨 놓고 가난한(?) 관객에게 베푸는 것이 극장 입장에서는 제법 통 큰 씀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한국 공연 문화를 돌아봤다. 각계에 지인들이 있다 보니 종종 후원 공연 초대권을 받게 된다. 초대권에 찍힌 가격을 보면 최소 10만원대고, 20만원 이상 고가 표도 상당하다. 초대권을 받아 가본 공연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 저들도 초대권을 받아 온 모양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관람객들이 간혹 있다. 산만한 분위기에 공연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지고, 필자 역시 ‘제값 주고 왔으면 아까웠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필자처럼 공연 후원기업들이 고객에게 배포한 초대권을 받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후배처럼 공연장 앞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제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가 표를 받아든 관람객들의 객석 태도는 사뭇 다르지 않을까.

아직 수요층이 두텁지 못한 국내 공연 문화를 후배가 들려준 브로드웨이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정상적인 가격에 티켓을 구입하고 공연을 즐기는 한편,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일부에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싼 가격에 좋은 공연을 볼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조금 부러운 게 사실이다.

조강래 < IBK투자증권 대표 ckr@ibk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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