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아, 에너지!” STX가 놓친 M&A 3대 원칙

입력 2013-12-11 18:40   수정 2013-12-12 11:08

오릭스, STX에너지 M&A로 1년만에 30% 수익률
STX, M&A전략 부재로 알짜 자회사 잃어



이 기사는 12월11일(15:3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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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에너지만 생각하면 밤에 잠이 안온다." 강덕수 ㈜STX 회장이 STX에너지 매각에 대해 상당히 아쉬움을 느낀다며 측근이 표현한 말이다. 올해 인수합병(M&A) 최대어 중 하나인 STX에너지는 대기업들의 치열한 인수전 끝에 GS-LG컨소시엄이라는 새 주인을 맞았다. STX에너지 매각의 과실은 일본 종합금융그룹인 오릭스가 가져갔다. STX그룹은 후회의 눈물을 삼켜야했다.

◆시간 ?기면 협상 주도권 잃는다
전문가들은 STX에너지 매각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기업들에 경종을 울릴 만한 사례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투자유치 전략을 치밀하게 짜지 않았다가는 예기치 않게 경영권을 잃을 뿐 아니라 구조조정 효과도 제대로 보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TX와 STX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던 STX에너지는 STX그룹에서 가장 순이익이 많이 나는 자회사이자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 알토란 같은 자회사였다. 그런 STX에너지가 오릭스로 완전히 넘어가기까지는 7개월이 채 걸리지않았다.

오릭스는 STX에너지 지분 96.31%를 확보하는데 총 6500억원을 썼다. 지난 해 말 STX에너지에 투입한 3600억원과 올 6월 2700억원의 추가 투자, 우리사주 200억원 매입을 합친 것이다. 주당 매입가격은 5만5000원 수준.

오릭스는 이중 약 72%를 GS-LG에 6000여억원을 받고 넘기면서 STX에너지 주당 가치는 7만원대로 뛰었다. 오릭스가 여전히 25%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당 가치만 따지면 투자 1년만에 30% 가량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STX그룹은 그만큼 STX에너지를 헐값에 판 것으로 볼 수 있다.

STX그룹이 '마지못해' 오릭스에 STX에너지를 넘길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채무 상환 시간에 쫓겨 협상 주도권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 6월 오릭스와 계열분리 분쟁을 벌이던 STX그룹은 한앤컴퍼니나 태광산업, GS 등과 별도의 인수협상을 진행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들과는 급히 막아야할 회사채 만기 전에 매각을 완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사나 기업결합신고 없이 빠르게 지분을 사갈 수 있는 곳은 기존 주주였던 오릭스가 유일했다.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오릭스는 작년 말 첫 투자 이후 교환사채(EB)를 보통주로 전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STX가 보유한 잔여지분까지 차곡차곡 거둬들였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가 닥치기 전에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면 STX에너지 경영권을 아쉽게 넘겨야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포기없으면 구조조정 효과 적다
STX그룹은 STX에너지를 오릭스에 팔았지만 남은 돈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말 오릭스의 첫 투자 당시 STX조선해양이 보유한 구주 지분 24.6%에 대해 1210억원을 받았을 뿐 나머지 2390억원은 우선주와 교환사채를 발행해 STX에너지 자체에 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후 ㈜STX가 오릭스에 지분을 넘긴 댓가로 받은 2700억원은 상당부분 빚을 갚는 데 썼다. ㈜STX가 보유한 STX에너지 지분은 이미 한국증권금융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에 담보로 잡혀있었다.

M&A 시장에선 STX그룹이 처음부터 STX에너지에 대해 투자 유치가 아닌 경영권 매각을 선택했다면 그룹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에이티넘파트너스 등 도 STX에너지 투자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STX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MBK는 STX에너지와 STX엔진 사업부를 합쳐 1조원을 불렀고 에이티넘의 경우 오릭스보다 조건이 좋지 않았다"면서 "과감하게 STX에너지 경영권을 내놨거나 다른 사업부를 함께 매각했다면 몸 값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설픈 전략으론 십중팔구 당한다
STX그룹의 결정적 실수는 M&A 전략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STX그룹은 오릭스와의 계약서에서 그룹이 어려워질 경우 등 몇가지 조건을 전제로 교환사채를 통해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주고 주식가격을 재조정(리픽싱)해 오릭스가 많게는 88%까지 취득할 수 있는 옵션을 달아놨다. STX는 법무법인 화우, 오릭스는 세종을 각각 법률자문으로 두고 작성한 계약서다.

지난 4월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STX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오릭스는 계약서대로 행동에 옮겼다. STX그룹은 그제서야 법무법인을 광장으로 바꾸고, 오릭스가 불평등 조항을 삽입해 국가 기간산업을 편취하려한다며 민족주의에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나마 STX그룹이 오릭스와의 분쟁 도중 한앤컴퍼니를 끌어들여 몸 값을 조금이라도 올린 것을 위안으로 삼을 정도다. 오릭스 고위 관계자는 "사실 STX가 이렇게 빨리 어려워질지 몰랐다"고 고백했다. IB관계자는 "비정한 M&A 시장에서 배 떠나간 후 손 흔들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어설픈 전략으론 십중팔구 당한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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