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호 기자 ]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길을 간다.’
10년 전 작은 벤처회사였던 셀트리온(회장 서정진·사진)이 항체 시밀러 의약품 개발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냉담했다. ‘대기업도 쉽게 뛰어들지 못한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가당키나 하느냐’는 시각이었다. 냉소가 낳은 수많은 논란이 놀라움으로 바뀌기까지는 꼬박 10년이 걸렸다. 셀트리온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램시마’가 바이오시밀러 사상 처음으로 유럽의약품청(EMA)의 최종 승인을 획득한 지난 6월30일,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전환점을 맞았다.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EMA 승인 이후 지난 5개월여간 유럽 출격 준비를 마쳤다. 현재까지 판매 준비를 끝낸 나라는 핀란드 포르투갈 페루 필리핀 등 27개국에 이른다. 내년 1분기에는 캐나다 러시아 브라질 등 거대 시장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이들 시장의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오리지널 판매량을 기준으로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대부분 국가가 입찰을 통해 약을 결정한다는 점이 셀트리온에는 고무적이다. 동일 성분에 동일 약효라면 상대적으로 싼 바이오시밀러가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의약품 선택에 있어서 의사 의존도가 커 기존에 사용하던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 해외 시장은 품질이 동등하고 가격이 싼 약이 나오면 입찰을 통해 즉시 오리지널 약을 대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럽 허가가 나기 전에는 셀트리온이 그간 국내외 마케팅 파트너들에게 판매한 램시마 생산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입찰을 통해 약을 공급받는 국가의 경우 공급 차질을 우려해 입찰 직후 최소 6개월치의 약을 요청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께는 그동안의 재고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 측은 오히려 생산시설 확충까지 고민하고 있다. 2015년 1분기 정도면 시장 수요가 현재 셀트리온이 생산할 수 있는 최대 램시마 생산량을 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도전은 국내 제약사 최초의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출 계획이 순조롭게 달성된다면 내년에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트너사에 먼저 판매하는 매출구조 특성상 셀트리온의 매출은 6~9개월 이상 먼저 시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5년 초 유럽 ‘빅5 국가’(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끝나는 것도 호재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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