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시영 등도 시공사와 갈등
[ 문혜정 기자 ]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로 재개발·재건축을 하는 단지의 조합원들이 내야 할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입주를 앞둔 단지들의 경우 조합원과 시공사 간 분담금을 둘러싼 다툼이 늘고 있다.
조합원들이 내는 건축비는 기존 주택값에 해당 단지에서 나오는 일반분양 아파트의 판매 수익금을 보태서 계산한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일반분양분의 수익금이 낮아지면서 조합원들의 건축비 부담이 커진 것이다. 주택시장 활황기에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고 사업계획을 짰던 단지에서 조합원 분란이 깊어지는 이유다.
○왕십리, 가구당 평균 1억3000만원 늘어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준공을 앞둔 서울 ‘왕십리 텐즈힐’(왕십리뉴타운 2구역)는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7년 전에 사업계획을 세웠을 때와 현재 분양시장 여건이 현격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내년 2월 말 입주 예정인 이 단지는 사업 추진 당시보다 조합원 분담금이 가구당(조합원 423명) 평균 1억3000여만원 늘었다. 상당수 주민들은 수용할 수 없다며 조합 측에 반발하고 있다.
3층짜리 단독주택(대지 99㎡, 연면적 162㎡)을 소유했던 이모씨는 전용면적 84㎡형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당초 현금 1억2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7400만원을 내야 할 상황이라며 조합 측의 셈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 김영종 씨는 “다가구 등 주택 11채를 보유했던 조합원 일가는 추가 분담금만 51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2006년 조합이 설립된 왕십리뉴타운2구역은 서울시가 추진한 첫 뉴타운사업 중 한 곳이다. 갈등 소지는 사업 초기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던 이른바 ‘무상지분율’이다.
이는 시공사가 조합원의 기존 주택값(대지지분)을 기준으로 추가 분담금 없이 어느 정도 크기의 새 집을 줄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100% 미만으로 낮아지는 비율만큼 조합원들이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
조합원들은 “당초 기존 주택값의 110%였던 무상지분율이 2011년 말에는 95.96%로, 최근엔 다시 70.35%로 크게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낮아진 일반분양가가 핵심 원인
강동구 고덕시영 단지도 분담금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 기존 2500가구를 3658가구(일반분양 1102가구)로 재건축하는 단지다. 재건축조합은 3.3㎡당 2050만원(조합원 1900만원)의 분양가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시공사들은 1800만원대가 적정하다며 맞서고 있다.
시공사들은 일반분양가를 내리지 않으면 미분양이 발생해 결국 조합원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상황은 지방에서도 늘고 있다. 최근 청주재개발·재건축 생존권 대책위원회는 조합원 분담금을 둘러싼 갈등이 잦아지자 청주시에 “개략적인 정비사업비와 추정 분담금 실태 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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