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문이 워낙 좁아져서 처음부터 희망을 안 가지는 분위기입니다. 어렵게 문을 뚫어도 언제 잘릴지 모르니 안정적인 직업으로 눈을 돌리는 편이에요."
대학생 최고의 선망직종이었던 애널리스트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취업 불황이 깊어지는 가운데 애널리스트를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다. 청년 취업난에 증권업계의 불황이 겹치면서 대학생들의 직업 선호도에도 변화가 생긴 것.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애널리스트는 금융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던 직업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고용정보원 취업포털인 '워크넷'이 조사한 '2013년 직업만족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는 784개 직업 중 101위에 불과했다.
애널리스트의 인기 하락에는 증권사들의 채용 기피 현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랜 불황으로 증권사들이 채용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증권사 채용 인원은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 10분의 1수준으로, NH농협증권은 절반으로 줄였다. SK증권과 한화증권은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았다. 채용을 진행한 증권사 가운데는 애널리스트를 뽑지 않은 곳도 있었다.
A대 경영학과 4학년 조영주 씨(26)는 "업황이 좋아 채용 인원이 많았을 때는 스펙이 조금 부족해도 꿈을 갖고 도전했다면 요즘은 처음부터 희망을 안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낙 고스펙자가 몰리는 데다 채용 인원까지 줄어들었으니 애널리스트가 될 확률을 매우 낮게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봉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도 대학생들이 애널리스트를 기피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직업선택기준'을 조사한 결과, '안전성(23.1%)'이 '연봉(19.0%)'을 앞질렀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불안한 고용환경으로 인해 대학생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증권가 구조조정 1순위가 애널리스트라는 사실이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더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등록돼 있는 애널리스트 수는 134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1455명에서 1년새 7% 넘게 줄어들었다.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이 계약직인데다 고액연봉자들이 많아 증권사에서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증권업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모씨(25)는 "어렵게 애널리스트가 돼도 요즘에는 실력이 없으면 당장이라도 잘릴 수 있다고 들었다"며 "높은 연봉도 좋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기 때문에 증권사내 리서치센터 말고 다른 부서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얼어붙은 증권업계 채용시장을 기회로 보는 이들도 있다. 경력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퇴직하고 나면 더 많은 기회가 신입 애널리스트에게 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B대 주식투자동아리 회장 김도영(가명·27)씨는 "높은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들이 퇴직하면 신입사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있다"며 "애널리스트의 인기가 시들해진 틈을 타 예전보다 낮아진 경쟁률을 기대하며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보다 인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애널리스트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편"이라며 "일찍부터 높은 연봉을 받고 차별 없이 실력으로 평가받는 점이 애널리스트의 매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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