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버지가 남긴 '측근간 균형' 깬 김정은

입력 2013-12-15 20:59   수정 2013-12-16 05:13

정책 컨트롤타워 장성택 제거로
김정일이 물려준 권력구조 파괴
30~40대 근위대 전면에 나설듯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공개 처형됐다. 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이 만들어준 ‘견제와 균형의 권력구조’를 빠른 속도로 파괴했음을 의미한다. 감시에서 사형까지를 김정은이 의도했는가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최종 결정은 김정은이 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1995년 북한을 ‘김일성민족’이라고 정의한 후 죽을 때까지 절대권력을 지속하기 위해 측근연합을 견제와 균형 구조로 유지했다. 또 어린 자식에게 보위를 이양하며 노장청 세대, 백두와 만경대 혈통연계, 가신(김기남)-군부(이영호)-행정(장성택)-조직(최용해)-재정(김경희) 세력의 견제와 균형이란 권력구조를 만들어 줬다.

그러나 김정은은 작년 7월 군부 이영호를 숙청한 데 이어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행정통 장성택까지 제거했다. 공통점은 독재권력 장악의 전통적 패턴인 빠른 속도와 전임 통치자의 측근 교체이다. 장성택은 방계이지만 김일성 가계의 일원이기에 더 신중했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80대인 김기남은 노쇠했고 김경희는 건강악화와 장성택 사형으로 이전과 같은 활동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공개된 북한 정치일정에 따르면 올 10월16일 장성택 주도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창설→11월18일 국가보위부 주도 장성택 가택연금→11월21일 신의주특구와 경제개발구 13개 설치 발표→11월21~26일 장성택 측근인 당 행정부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 처형→12월4일 전후 장성택 매형인 전영진 주쿠바 대사와 조카 장용철 주말레이시아 대사 평양 소환→12월8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 숙청→12월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통해 장성택 사형이 이뤄졌다. 현재까지 북한의 당군정 엘리트 및 사회집단 내부에 특별한 조직적 저항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2개월간의 김정은 현지지도를 분석해 보면 군부를 지도관리감시하는 당내 군부세력 활동이 두드러졌다. 최용해와 김원홍 이외에 새로 주목할 인물은 이 시기 김정은을 밀착 동행한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군지도관리를 담당하는 황병서와 조직지도부보위부군부의 각 단위 실무 간부인 30~40대 김정은 근위대들이다.

정책 전망과 관련해서는 김정은이 선군(先軍·군 우선)과 선경(先經·경제 우선) 간 갈등에서 선군정책을 명확히 하고, 시장화와 비사회주의 검열을 통해 번성한 인민보안부(경찰)에 대한 국가보위부(정보)의 물질적 기반 확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성택 숙청이 북한을 더 보수화시킬 것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 부분적인 경제개혁과 해외투자를 타진했으나 비핵화자유화민주화개방화를 추진하지 않았으며, 여전히 ‘김일성김정일주의’에 기반한 선군 독재정치를 펼쳐왔기 때문이다. 큰 변화가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폐쇄·보수적이었으며 또한 호전적이었던 것이다. 2004년 실각했던 장성택이 일선에 복귀한 뒤인 2005년부터 북한의 경제행정 정책이 보수화된 점, 2009년 화폐교환 조치를 장성택이 주도한 점, 최용해가 화폐교환의 사회적 실패를 제기하며 중앙무대에 급부상한 점, 올해 북한이 긴장국면을 전환시킨 5월 말 북·중 관계 개선에 최용해가 나선 점, 그리고 통치자금 관리에 김경희 대신 여동생 김여정이나 이복누나 김설송 등의 역할이 가능해진 점 등을 고려할 때 그러하다.

더불어 올 하반기 김정은의 행보를 보면, 새로운 통치이념 및 군사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신전략전술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숙청 과정에서 드러난 정책방향은 군부가 주도하는 평양중심의 건설사업과 ‘건설의 대번영기’를 기치로 1970년대 김정일이 활용한 3대 혁명소조운동과 비슷한 집단 대중동원을 통한 속도전이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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