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경영권 승계' 이런 묘수도 있었네

입력 2013-12-15 22:00   수정 2013-12-16 03:55

동진쎄미켐, 2세소유 비상장사 J&J캐미칼을 지주사로
이부섭 회장 지분 현물출자…지분희석 없이 경영권 승계



[ 조진형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15일 오전 6시



상장기업 오너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자녀에게 넘겨주는 새로운 승계 방법이 등장했다. 자녀 소유의 비상장기업을 지주회사로 전환, 주력 상장사를 그 아래 넣은 뒤 오너가 가진 지주회사 지분을 추가로 자녀에게 넘겨주는 방식이다. 오너 일가가 비상장 지주사 지분을 대부분 들고 있는 만큼 자녀들이 증여세를 내기 위해 물려받은 비상장 지주사 지분 일부를 물납 형태로 내놓더라도 문제없이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에선 오너 지분율이 낮은 상장사를 중심으로 ‘비상장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경영권 승계’ 사례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감 몰아받는 계열사를 지주사로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반도체 전자재료업체인 동진쎄미켐은 비상장 회사인 J&J캐미칼을 지주회사로 내세우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동진쎄미켐 최대주주인 이부섭 회장은 부인과 함께 보유지분 24.84%(1044만주)를 J&J캐미칼에 현물출자했다. J&J캐미칼은 대신 이 회장에게 신주 186만주를 교부했다.

이에 따라 J&J캐미칼은 기존에 보유한 지분 4.40%를 합쳐 동진쎄미켐의 새로운 최대주주(지분율 29.24%)로 올라섰다. 이 회장은 부인과 함께 J&J캐미칼의 최대주주(81%)가 된다. 기존 ‘이 회장(24.84%)→동진쎄미켐’ 체제를 ‘이 회장(81%)→J&J캐미칼(29.24%)→동진쎄미켐’ 구조로 바꾼 것이다.

J&J캐미칼은 염소·가성소다 등을 만들어 동진쎄미켐에 납품하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205억원) 대부분이 동진쎄미켐에서 나왔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이 회장의 장남 이준규 동진쎄미켐 사장과 차남 이준혁 동진쎄미켐 대표 측이 50.33%를, 미국법인 스칼렛김&CO가 나머지 49.77%를 갖고 있었다. 이번 거래로 이 회장이 최대주주(81%)가 되면서 장남과 차남 지분은 9.55%로 줄어들게 됐다.

동진쎄미켐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승계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 지주회사 전환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지주사 전환은 주력 상장사를 지주사와 사업자회사로 분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며 “2세 소유의 비상장 기업을 앞세워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건 동진쎄미켐이 첫 사례”라고 말했다.

○비상장 지주사 통해 경영권 승계

증권업계에선 동진쎄미켐의 전략을 두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영권을 승계하는 ‘묘수’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동진쎄미켐 보유지분 24.84%를 증여했다면 최대 50%에 달하는 증여세율을 적용받아 두 아들이 실제 물려받는 지분은 12% 수준으로 ‘반토막’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자칫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동진쎄미켐은 비상장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J&J캐미칼 지분 81%를 물려주면 50% 증여세율을 적용받더라도 두 아들은 40.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두 아들이 J&J캐미칼 지분 9.55%를 별도로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승계가 마무리되면 지주사 지분 50.05%를 보유하게 된다. J&J캐미칼이 동진쎄미켐 지분 29.24%를 갖고 있는 만큼 두 아들은 J&J캐미칼을 통해 동진쎄미켐을 지배하면 된다. 이 같은 승계 구조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애널리스트는 “증여세 납부 규모가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오너 일가가 기존 방식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며 “비상장사와 최대주주 간 거래로 지주사를 설립하기 때문에 동진쎄미켐 소액주주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어 위법 소지를 모두 피해갔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에서 일감을 몰아받아 얼마든지 덩치를 키울 수 있는 J&J캐미칼의 실적이 지난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미뤄 수년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1967년 설립한 동진쎄미켐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재료, 대체에너지 재료 등을 제조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매출 4893억원, 영업이익 256억원의 실적을 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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