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화생명은 신탁투권인 제도를 외부 전문가와 고객의 자산관리에 관심있는 개인 등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금융업계에선 한화생명이 영업력 강화를 위해 취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보험 설계사 인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추가로 판매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란 분석이다.
한화생명이 겨냥한 신탁투권인 대상자는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다. 이들이 한화생명의 신탁상품을 재무컨설팅, 상속설계 등에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끔 길을 연 것이다. 한 회사의 신탁 투자권유대행인이 되면 해당회사의 신탁 상품만을 팔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증권업계의 투권인은 기본급이 없는 대신 유치 고객의 금융투자상품 판매보수의 일정부분을 가져간다. 회사 입장에서는 고정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 추가적으로 영업력을 확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생명 역시 이 같은 시스템을 취할 방침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판매보수의 절반 가량이 투권인의 보수가 될 것"이라며 "이번 신탁 투권인 제도 확대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신탁상품을 활용해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탁 투권인이 되기 위해선 먼저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이버학습 8시간 등 소정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후 한화생명 고객센터를 방문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금융투자협회 심사 후 신탁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
현재 신탁업을 영위하고 있는 보험사는 한화생명 외에도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흥국생명, 교보생명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한화생명은 수탁고 규모가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이 같은 용병술의 실효성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 신탁 투권인 제도 확대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있지만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투권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증권사 관계자 역시 "투권인들도 본업이 있는 만큼 들이는 노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기대 만큼 보수가 크지 않다는 점 등 때문에 영향력에는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탁업 시장에서 보험사의 입지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57개 신탁사의 총 수탁고는 47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2조9000억원(7.5%) 증가했다. 전체 수탁고 비중에서 5개 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0.4%(1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은행(47.6%)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증권사(26.4%), 부동산신탁회사(25.6%) 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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