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모교 경기고서 '드림캠프'
도신초 후배 등 40여명 함께해
시종 웃음꽃 '돌부처' 별명 무색
[ 백승현 기자 ]
“자~ 다리를 들면서 하나, 어깨를 돌리면서 두우~울, 몸이 너무 나가면 안 돼, 가슴을 쭉 펴고 공을 놓으면서 셋!”
프로야구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대선배의 한마디 한마디에 야구 꿈나무들은 영하의 강추위에도 눈망울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3일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입단식을 마치고 귀국한 오승환 선수(31)가 16일 자신의 모교인 서울 경기고를 찾았다. 18일 개인훈련을 위해 괌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내에서의 마지막 행사를 ‘후배들과의 시간’으로 빼놓은 것이다. 삼성스포츠단의 재능기부 캠페인인 ‘드림캠프’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도신초교와 경기고 후배 4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오 선수의 별명은 ‘돌부처’다. 어려운 경기에서 세이브를 올렸을 때는 물론 한국시리즈 3연패를 달성했을 때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오후 3시, 상기된 표정으로 경기고 체육관에 들어선 오 선수는 행사 내내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도신초 후배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면서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아이들을 지도했고, 도신초 야구부 코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면서는 “코치님이세요, 아~ 안녕하세요. 제가 오랫동안 학교를 못 와봐서…”라며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원포인트 레슨이 끝나고 마련된 멘토링 토크 콘서트에서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이야기하며 후배들에게 성공 비결을 전했다. 오 선수는 “도신초에서 처음 야구를 시작해 경기고에 다닐 때까지 난 투수가 아니었다”며 “고교 때 팔꿈치 통증으로 외야 수비를 하면서 항상 투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 가서 재활을 거쳐 열심히 연습하다 보니 3학년 때 공을 던질 기회가 왔고, 프로야구 선수도 될 수 있었다”며 “돌이켜보면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시즌부터 일본 프로야구 한신에서 뛰는 오 선수의 몸값은 2년간 최대 9억엔, 한화로 약 100억원이다.
‘100억원짜리 선수’가 된 소감도 밝혔다.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면서도 “만약 학창시절 힘들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했더라면 오늘의 오승환은 없었을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인내’와 ‘노력’을 당부했다. 행사를 모두 마친 오 선수와 후배들이 향한 곳은 경기고 인근의 패밀리레스토랑. 삼성스포츠단 관계자는 오 선수가 “한국을 떠나기 전 후배들에게 저녁을 한번 쏘고 싶다”고 해서 마련된 자리라고 전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