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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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기사들을 동행 취재한 결과 일선 배달 현장에선 도로명 주소 도입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정부가 2011년 7월 도로명 주소를 공식 발표한 이후 2년여가 지났지만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 우편물의 도로명 주소 평균 사용률은 17.7%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홍보예산만 230억여원을 투입했지만, 새 주소를 정착시키는 데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내년 1월1일부터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이라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옛 지번 주소가 완전히 없어지고, 새 주소만 써야 하느냐는 댓글이 적지 않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도로명 주소는 전·출입, 출생·사망, 혼인·이혼 등 각종 민원 신청 때는 공식 주소로 적용되지만, 주택 매매·전세 계약서와 개인 간 우편물 등에는 지번 주소를 쓸 수 있다. 민간 분야에선 앞으로도 옛 주소와 새 주소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언론 등에서 새 주소가 전면 시행되면 국민이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하지만 실생활에선 달라지는 것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면 시행’이라는 방침만 고수한 채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도로명 주소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차라리 이렇게라도 국민에게 알려야 새 주소가 정착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도로명 주소에 대한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100여년 만의 주소 체제 개편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명 주소를 정착시키겠다는 이유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도로명 주소 도입이 필요한 이유와 중요성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홍보할 시점이 됐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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