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도 통상임금…소급 청구는 제한

입력 2013-12-18 21:20   수정 2013-12-19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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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최종 판결

"추가임금 소급청구는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
노사 합의 존중·기업 경영 부담 고려한 판결



[ 윤기설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8일 각종 법정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 “정기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간 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만큼 무효”라고 판결했다. 다만 기존에 노사 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키로 합의했고,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가 해당 기업에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 추가임금 소급 청구를 못하도록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 전·현직 노동자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 2건에서 그동안 논란을 빚은 통상임금에 대해 이 같은 기준을 내놨다. 대법원은 특정기간 근무실적 평가를 통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을 결정하는 성과급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여름휴가비 김장보너스 선물비 등 각종 복리후생비는 “지급일 기준으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면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지만 퇴직자에게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기업 현장에서 이뤄진 노사 간 임금 결정 관행과 통상임금 법령, 경제사회적 파급 영향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고심을 담은 판결로 평가된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에 따라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임금 협상 때 노사 대립은 심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과거 3년치 통상임금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추가임금 소급 청구를 제한함에 따라 현장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14건과 전국 법원에 접수된 160여건의 통상임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무분별한 집단소송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계의 주장만 반영한 법리적 해석이 아니라 노사 자치주의와 경제 현실을 모두 감안한 합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과 혼선이 있었던 통상임금의 개념과 요건에 관해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통상임금을 둘러싼 분쟁의 소지를 어느 정도 제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키로 하는 노사 합의가 있는 경우만 인정함으로써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노동 전문가들은 “노조가 없거나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임의적으로 임금을 결정해온 중소기업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회와 정부는 통상임금 기준을 명확히 정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임금 입법화 과정에서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노·사·정이 임금체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통상임금의 범위 등을 명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신속히 이뤄진다면 혼란은 예상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따른 산업계 영향 등을 감안해 지원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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