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마모수명 '전문 지식' + 흥미유발 '감성 장치' 융합

입력 2013-12-19 06:58  

화학공업 부문

"한국에 없던 마모 수명보증제가 여러분의 타이어를 책임집니다"
시청자들 감성 붙잡는데 성공




해외 심리치료사들이 고객 인간형을 파악하기 위해 종종 동원한다는 심리 테스트가 있다. 동전 하나를 놓고 어느 쪽이 앞면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림이 그려진 면을 앞면이라 생각한다면 이미지형 인간, 즉 감성적 인간형이다. 반면 숫자가 쓰인 면을 앞면이라 생각한다면 텍스트형 인간, 즉 이성적 인간형이다.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도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영화와 같은 문화상품은 철저히 이미지 중심, 즉 감성적 측면에서 어필할 필요가 있다. 반면 다소 전문적 영역의 기술상품은 정확히 그 반대다. 텍스트형 소개가 중심이 된다. 상품의 실질적 기능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상품시장엔 대중상품과 기술상품 간 간명한 선으로 나눠지는 빤한 형태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럼 그 홍보 과정도 당연히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난제를 가장 적절히 해결해낸 경우가 바로 금호타이어 ‘생각의 MOVE’ 시리즈 2013년판, ‘마모 수명’ 편이다.

얼핏 이 광고는 철저히 텍스트 중심으로 이끌어져야 할 듯 보인다. 마모 수명 보증제라는, 국내엔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았던 제도를 홍보하는 게 광고의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동차 타이어가 엄연히 대중상품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1900만대를 넘어선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결국 텍스트와 이미지, 감성과 이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단 얘긴데 여기서 ‘마모 수명’ 편이 두 마리 토끼잡이를 수행한 방식에 주목해보자.

일단 화면이 열리면 주차장에서 타이어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환상적인 이미지가 펼쳐진다. 이어 타이어들이 금호타이어 사옥 위로 날아가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얼마나 많은 한국의 타이어들이 마음껏 달리지도 못하고 사라져갔던가.” 동시에 화면 위로 “마모 수명 보증제가 없던 시절”이란 자막이 등장한다. 부연으로 일단 ‘마모 수명 보증제’란 낯선 제도를 제시해주는 것이다.

다시 화면은 대도시 구름 위로 연결된 빛의 기둥을 향해 타이어들이 몰려드는 환상적 이미지를 보여준 뒤, 공중으로 날아가는 타이어를 보며 프렌치 불도그가 눈물을 흘리는 코믹한 이미지를 연결시킨다. 그러곤 타이어가 빠진 차체에서 다시 타이어가 장착되는 차체를 보여주며 내레이션과 자막을 일치시킨다. “한국에 없던 새로운 생각. 타이어의 생명을 책임지는 금호타이어 마모 수명 보증제.” 그 아래론 “최대 6만㎞ 마모 수명 보증제 *4월1일 이후 최소 2본 이상 구매자에 한함(일부 품목 제외),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란 설명이 작게 추가된다. 엔딩은 금호타이어의 마모 수명 보증서, 그리고 마스코트인 또로가 마무리한다.

이 ‘마모 수명’ 편은 여러 측면에서 텍스트와 이미지, 이성과 감성 사이 애매한 지점을 포착해야 하는 상품 광고들에 귀감이 된다.

분명 혁신적 제도 또는 기능이긴 한데 자세히 설명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때, 그리고 타깃이 되는 구매층은 그런 전문적 사안까지 신경 쓰기 힘든 계층일 때, 과연 텍스트·이성을 어느 정도까지 낮추고, 이미지·감성을 어떻게 보조시켜야 하는지에 교과서적 배합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마모 수명’ 편은 엄밀히 말해 마모 수명 보증제에 대해 ‘설명’해주진 않는다. 낯선 제도를 설명하기에 15초는 너무 짧고, 시청자들은 그만큼 전문적이지 않다. ‘마모 수명’ 편은 그저 이미지를 통해 제도를 ‘연상’만 시켜준다.

일단 환상적 이미지와 코믹한 이미지를 번갈아가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붙잡은 뒤, 타이어들이 어이없이 소모되고 있다는 인식을 연상시키기만 한다. 그 뒤 간결하게 “한국에 없던 새로운 생각”을 부각시킨다. 전문적 기술상품이자 널리 쓰이는 대중상품을 홍보하려 할 땐 정확히 이런 식의 배합이 필요하다.

설명을 다 해주는 게 아니라, 설명을 따로 ‘찾아보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일단 판타지와 위트를 뒤섞어 광고를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하는 감성적 장치, 그리곤 가벼운 이성적 자극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게끔 이끄는 것. 이것이 바로 황금비율인 셈이다. 이번 ‘마모 수명’ 편은 올해 최고의 광고들 중 하나로 분명 손색이 없다.

이문원 광고 칼럼니스트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미인주'만 골라 잡는 주식계의 진정한 카사노바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