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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김광균 시인의 ‘설야(雪夜)’의 한 대목이다. 겨울밤 소복하게 쌓여 있는 흰 눈에 화자의 서글픈 정서를 투영해 시각화한, 눈을 바라보는 화자의 관점이 돋보이는 시다. 흰 눈과 슬픔, 언뜻 관계 없어 보이지만 흰 눈은 그리움, 애상감, 쓸쓸함, 그리고 떠나간 여인을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로 기능한다. 곱씹다 보면 흰 눈에 어린 화자의 서글픈 감정이 그려지는 듯하다. 대상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단순한 속성과의 연결인 듯 보이지만 그 단순성이 대상의 이미지와 느낌을 더 쉽고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노트3=새로운=S펜=펜=익숙=누구나=쉬운=친절=노트3.’ 론칭 편에서 갤럭시 노트3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새로운, 그러나 쉬운, 그래서 더 친절해진 노트3. 광고의 텍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쉽게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다. 얼핏 단순하고 평범한 화법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전작과 달라진 제품의 콘셉트와 기능, 사용성을 이야기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메시지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에게도 쉽고 친절해진 갤럭시 노트3의 광고는 분명 반가웠으리라.
‘친절한’이라는 콘셉트는 본편 광고에서 더 빛을 발한다. 액션메모, 기어, 스크랩북, 펜 윈도우 등 총 4편으로 구성된 본편 광고는 S펜에 기반한 갤럭시 노트3의 주요 기능을 감각 있게 담아냈다.
‘한 방, 남자는 한 방이지’라는 카피와 함께 등장하는 남자, 복잡한 세상에 시원한 ‘한 방’을 날릴 것 같은 표정으로 시원하게 다리 위를 달린다. S펜으로 메모하고 연결버튼을 누르면 한 방에 통화, 지도검색, 이메일 전송 등이 가능한 ‘액션메모’ 기능을 위한 영상적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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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기능과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기능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해진 것이 사실이다. ‘더 선명해진 디스플레이, 고해상도의 카메라’와 같은 기능 중심적 광고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욕구(Appitite)를 자극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갤럭시 노트3의 행보는 더욱 의미 있다. 5.7인치 대화면과 더 비범해진 S펜, 더 강력해진 성능까지, 진화된 혁신을 이야기하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더 많이 이야기하는 대신 쉽고 친절한 화법으로 말을 아꼈다. 더 크고 화려한 자극을 원했던 일부 소비자에겐 다소 아쉬웠을지도 모르나 점점 더 복잡해지는 스마트폰 사용 환경에 지쳐 있는 소비자들에겐 분명 달갑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수권 광고 칼럼니스트
브랜드 목표와 전략, 소비자와 소통하는 여유·자신감
스마트폰의 기능이 점점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은 더욱 다양해졌지만 동시에 복잡하고 어려워진 사용 환경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이 점에 주목해 ‘갤럭시 노트3’와 ‘갤럭시 기어’에서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기능과 사용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기술의 혁신이 아닌 생활의 혁신, 나아가 소비자와 소통하고 싶은 포부와 다짐, 자신감과 여유를 담았다. 대화면 ‘멀티 태스킹’으로 더 진화한 ‘갤럭시 노트3’는 5.7인치 화면에 풀HD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 3기가바이트(GB) 램을 탑재해 성능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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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갤럭시 노트3’와 ‘갤럭시 기어’의 디자인이다. ‘갤럭시 노트3’의 배터리 커버는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가죽 느낌의 소재에 스티치(바느질) 디자인을 더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스틸 재질의 본체와 러버 스트랩(고무 시계줄)의 퓨전 스타일인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한 기능과 세련된 감각의 디자인을 혼합한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다.
제작 스토리, 중독성 있는 음악…짧지만 강렬
‘갤럭시 노트3’의 첫 등장은 짧지만 강렬했다. 광고 제작진은 ‘친절한 노트3’라는 슬로건 아래, 더 강력해진 ‘S펜’과 더 친절해진 ‘갤럭시 노트3’와 함께라면 평범한 일상이 놀랍도록 쉽고 편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했다. ‘새로운’ ‘익숙한’ ‘쉬운’ ‘친절한’ 등 ‘갤럭시 노트3’의 속성과 브랜드 철학을 담은 키워드들을 통해 ‘세 번째 노트’의 등장을 간결하고도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제품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비주얼과 명료한 카피는 광고의 맛과 멋을 살리고 몰입도를 높여주는 요소들이다. ‘액션 메모’ 편은 빠른 속도로 달리는 남자의 쿨한 이미지를 통해, ‘스크랩북’ 편은 어지럽혀진 방에서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정리하는 여자의 모습을 통해, ‘펜 윈도우’ 편은 커다란 유리창 위에서 ‘S펜’으로 간편하게 스마트폰 바로가기 창을 여는 모습을 통해 기능을 쉽게 설명하며 설득력을 더했다.
또한 제작진은 기존 ‘갤럭시 노트’ 시리즈 광고 캠페인의 특징인 중독성 있는 독특한 BGM(배경음악) 활용을 통해 ‘갤럭시 노트3’만의 성공적인 사운드 아이덴티티를 수립했다. 5인조 남성그룹 마룬5의 ‘Moves Like Jagger’(갤럭시 노트), 혼성그룹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September’(갤럭시 노트2)로 이어진 BGM 마케팅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왔다.
스타일리시한 광고보단 쉽고 공감가는 내용 인기
총평 한경·CM전략연구소 공동조사
올 한 해 동안 소비자에게 사랑받은 광고들은 대체로 이해하기 쉽고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불황이 깊을수록, 세상살이가 험난할수록 스타일리시하기보다는 쉽고 공감가는 내용이 인기를 얻는다는 사실을 방증했다. 가장 신뢰받는 광고모델도 열혈 팬들을 거느린 톱스타가 아니라 평범한 어린이와 할아버지 MC 송해였다. 한국경제신문과 CM전략연구소가 공동으로 ‘2013 고객들이 가장 좋아한 방송광고’ 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부문별 호감도가 가장 높은 광고로는 휴대폰 부문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기어, 기업PR SK텔레콤, 기초재 SK이노베이션, 화학공업 금호타이어, 은행 IBK기업은행, 수송기기 한국지엠 쉐보레 등이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기어
외국인이 등장하는 광고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선호도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광고 시리즈는 외국인을 지속적으로 등장시켜 이런 경향을 깨뜨렸다. 또한 디자인이나 화질과 같은 하드웨어를 강조하지 않고 기능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도 호감도를 끌어올렸다. 광고가 이해하기 쉽고 상품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좋아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SK텔레콤
지난해부터 연평균 3편씩 나오는 SK텔레콤PR 광고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 따뜻한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는 사람의 가능성을 강조한 ‘행복 동행’ 편에 이어 사물을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해 물체와 물체 간 정보를 교환한다는 ‘사물 인터넷’ 편을 선보였다. 이 광고는 세상의 사물들이 서로 알아서 소통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다. 이 광고를 보고 나면 우리 주변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사물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SK이노베이션
타자기로 ‘ASK’를 치고 석탄을 청정에너지로 바꾸는 이 광고는 남성보다는 여성층에서 호감도가 높았고, 그중에서도 10대 여성층에서 최고로 나타났다. 좋아하는 이유는 ‘진실되게 느껴진다’ ‘표현에 공감 간다’ ‘독창적이다’ ‘영상이 좋다’ 순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목표로 한 기업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좀 더 유익한 방식으로 다가섰다는 평가다.
○금호타이어
‘마모 수명 보증제’라는 제도를 최초로 국내에 도입했다는 내용의 이 광고는 남성층보다는 여성층에서 호감도가 높았다. 수명을 다한 타이어들을 하늘로 보내자 이를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강아지의 모습을 담은 장면들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마모 수명 보증제’를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코믹 요소를 적절하게 배합했다.
○IBK기업은행
친근한 할아버지 송해와 맛깔나는 사투리로 연기하는 어린 아이가 돋보인 ‘참 좋은 은행’ 캠페인은 올 한 해 은행뿐 아니라 전 산업 부문에서 가장 사랑받은 광고 중 하나였다. 여성층보다는 남성층, 20대보다는 50대에서 호감도가 높았다. 좋아하는 이유로는 ‘모델에 신뢰가 간다’ ‘표현에 공감 간다’ ‘이해하기 쉽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엠 쉐보레
한국지엠 쉐보레는 어린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온가족의 안전을 책임지는 슈퍼세이프티 프로젝트 광고를 내보내면서 판매수익 일부를 아이들을 위한 CCTV와 보안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사용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결과적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고르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이해하기 쉽다’ ‘표현에 공감 간다’ ‘모델이 신뢰할 만하다’ ‘모델이 매력적이다’ 순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조사했나…소비자 패널 2400명 대상 '가장 좋아하는 광고' 설문
한국경제신문과 한국CM전략연구소(www.cmvalue.co.kr)는 지난 9월과 10월 2400명의 소비자 패널을 대상으로 전체 TV 광고에 대한 호감도를 측정했다. 소비자 패널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0~59세 남녀로 구성했다.
조사 방법은 우선 소비자가 최근 본 방송광고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 내용을 직접 생각나는 대로 설문지에 적고, 광고 브랜드 또는 기업을 적도록 했다. 조사자 측에서 내민 광고물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남은 광고를 자발적으로 상기해 기술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다 호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변수의 값을 반영해 최종 결과를 산출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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