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에로틱한 야경도 좋지만 고등어 케밥과 에페소 맥주는 꼭 드시고 감상을

입력 2013-12-23 06:59  

해외테마여행

터키 이스탄불, 세번째 이야기·끝



[ 문유선 기자 ]
블루 모스크의 첨탑 곁으로 날카롭게 잘생긴 초승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첨탑과 달은 마치 물통에 푸른빛의 물감을 떨어뜨린 듯 서서히 퍼지는 황혼 위에 수놓은 보석 같다. 이슬람의 정취가 오롯이 전해지는 하늘 아래로 펼쳐진 밤을 누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걷기와 바라보기다.

신시가지의 고즈넉한 풍경

15세기 수도 체계를 정비한 술탄 메메드 1세는 이곳을 이스탄불 각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물길의 시작점으로 정했다. 탁심 광장은 그 후로 줄곧 이스탄불의 문화, 관광, 쇼핑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지하철 노선인 ‘튀넬’이 아직까지 운행하고 있다.

광장 중앙에는 터키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혁명가이자 터키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공화국 기념비가 근엄하게 서 있다. 과거로부터 달려온 듯 클래식한 외형의 빨간 트램이 종소리를 울리며 광장을 가로지른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공간에 선 느낌이다.

이스틱 클랄 거리에는 말 그대로 모든 게 모여 있다. 이스탄불 최대의 쇼핑 밀집 지역인 만큼 젊은 사람과 수많은 관광객으로 언제나 붐빈다.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훌륭한 먹거리도 많다. 이스틱 클랄 거리는 반드시 허기진 상태에서 입성해야 한다. 익은 고기를 도려내는 요리사들의 현란한 손놀림에 반해 케밥 한 입, 세계 3대 요리로 평가받는 터키 요리의 다양한 외형에 호기심이 일어 이름 모를 요리 한 접시, 신선하게 갓 짠 석류주스 한 잔, 1924년부터 한 자리에서 영업하며 견과류를 잔뜩 넣은 수제 초콜릿과 터키에서 가장 유명한 집의 로쿰을 짧은 시간 안에 차례로 맛보는 즐거움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다. ‘터키시 딜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로쿰은 장미수나 레몬즙을 첨가한 전분과 설탕을 빚어 견과류 등을 넣고 뭉친 설탕젤리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마녀가 아이들을 유혹하는 과자가 바로 로쿰이다.

도시의 과거와 현재 잇는 갈라타 다리

골목을 누비는 여행자에게 길잡이가 되는 곳은 갈라타 타워다. 은은한 조명으로 신시가지 골목 구석구석을 밝히는 갈라타 타워는 14세기 제노바인들이 비잔틴제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지었다. 지금은 낮에는 이스탄불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 밤에는 레스토랑과 클럽으로 운영되고 있다.

갈라타 타워에서 걸어서 5분, 탁심광장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갈라타 다리가 있다. 수많은 강태공이 낚싯줄을 드리우고 고기를 기다리는 풍경에서 삶의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갈라타 다리는 이스탄불의 골든혼을 잇는 다리로 여러 차례 재건을 거쳐 1994년 현재 모습을 갖췄다. 폭 42m, 길이 490m의 작은 다리가 갖는 의미는 크다. 탁심 광장을 중심으로 한 신시가지와 수많은 유적이 산재해 있는 구시가지를 잇는 소통의 다리다. 조명을 밝히고 웅장하게 선 역사지구의 유적들이 골든혼의 수면 위로 반사돼 일렁이는 풍경에 넋을 놓는다.

풍경도 멋지지만 이곳이 유명한 또다른 이유는 발르크 에크맥(고등어 케밥) 때문이다. 터키에 오기 전 다른 건 몰라도 고등어 케밥은 꼭 먹어보라는 추천이 가장 많았다. 듣던 대로 아름답고 이국적인 밤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에페소 맥주와 고등어 케밥의 궁합은 환상적이다.

아름다운 사랑의 언덕 피에르 로티

이스탄불에 솟은 일곱 개의 언덕 중 가장 아름다운 언덕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대답할 수 있는 곳은 피에르 로티 언덕이다. 골든 혼 상류, 갈라타 다리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피에르 로티 언덕은 이스탄불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산책 삼아 쉬엄쉬엄 올라도 좋고 줌 아웃돼 멀어지는 야경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도 좋다.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로티가 해군 장교로 이스탄불에 부임해 가슴 먹먹한 사랑을 나눈 여인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소설가가 되어 이스탄불에 돌아온 로티가 이곳 카페에서 여인을 그리워하며 여인의 이름을 딴 ‘아지야뎨’라는 소설을 쓴 일화는 유명하다. 덕분에 언덕은 소설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현재는 연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유명하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언덕 위 카페에 자리를 잡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영감을 받았다. 이때 쓴 소설이 전쟁 3부작 중 하나인 ‘콘스탄티노플 함락’이다. 지중해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홍차를 마신다. 골든 혼이 가르는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에 한껏 취하다 보면 피에르 로티와 시오노 나나미가 곁에서 글을 쓰는 풍경을 마주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스탄불(터키)=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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