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채권투자 계속 늘듯"
[ 이상열 / 하헌형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23일 오후 3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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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액이 이달 중순 들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저점 대비 2조3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 도래가 거의 없는 가운데 이들이 꾸준히 한국 채권을 순매수한 결과다.
이달 초순 외국인 보유 채권의 대규모 만기 도래 등을 근거로 일각에서 제기한 ‘외국인의 한국 채권시장 엑소더스(대탈출)’ 우려도 빠르게 사그라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NH농협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지난 20일 현재 94조28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3일에 비해선 1주일 새 6278억원,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액의 연중 최저점인 9일 91조9246억원에 비해선 2조3575억원 급증한 수치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지난 8월 100조7576억원으로 100조원을 넘었지만 9월 98조1659억원, 10월 95조7384억원, 11월 95조758억원 등으로 꾸준히 감소해 왔다.
외국인들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난 9월 일시적으로 매도우위로 돌아섰다가 10월(8572억원 순매수), 11월(2852억원 순매수)에 재차 순매수 기조를 보였지만, 월별 만기도래액이 해당월 순매수액보다 큰 탓에 보유잔액은 계속 줄어왔다. 특히 이달 들어 9일까지 약 5조원의 만기가 한꺼번에 몰려와 외국인 보유잔액은 91조9246억원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10일 이후부터는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도래액이 대부분 소진된 가운데,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 매수를 지속하면서 이들의 보유잔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달 10일 이후 외국인 채권보유액 중 만기 도래액이 200억원 미만인 상황에서 템플턴 등 외국인이 꾸준하게 원화채권을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팀장은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자금을 빼내 투자할 수 있는 이머징마켓 대안 채권이 별로 없는데다 원화도 강세(환율 하락)를 보이면서 1~2년 후 달러당 105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고 국내 채권을 재매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이스라엘 스위스 등의 중앙은행 자금도 한국 채권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12월 외국인 엑소더스’ 가능성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보유잔액이 적어도 내달까지는 추가로 늘어날 공산이 높다고 전망했다. 내달 외국인 보유채권의 만기도래액은 71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2월 외국인 채권 만기도래액이 4조원대로 커져 보유잔액이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윤 팀장은 “미국의 완만한 양적완화 축소 정책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길게 봐서 내년 말까지 급감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이들의 국내 시장 영향력도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시작될 예정인 2015년부터는 외국인의 국내 채권 이탈 가능성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보유 잔액의 증감은 주로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채권 잔액이 변하는 것일 뿐 만기 3년 이상의 중장기 원화 채권은 외국인이 계속 사고 있다”며 “중장기 채권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빠져나갈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이상열/하헌형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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