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强 대 强' 충돌] 노조 파업논리 받아치다가…민영화, 어느새 '절대악'으로

입력 2013-12-24 21:05   수정 2013-12-25 04:11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금기로 전락하는 민영화

국민들, 통폐합·경쟁체제 도입 등 개혁 원해
전문가 "민영화 논의 차단은 위험한 발상"



[ 주용석 / 김우섭 기자 ]
“민영화라는 용어가 절대악(惡)으로 변질돼가고 있다.”

철도파업을 촉발시킨 코레일의 자회사 설립을 놓고 민영화 가능성 논란이 제기되는 와중에 엉뚱하게 민영화를 절대 추진하지 말아야 할 금기로 단정하는 듯한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철도노조뿐만 아니라 정부가 최근 병원 자회사의 영리병원을 허용키로 한 데 대해서도 의료계는 “민영화 전 단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민영화 논의를 아예 차단하는 것은 향후 정부와 경제운용에 큰 부담을 주는 위험한 발상”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영화는 ‘작은 정부’의 핵심

민영화가 이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사실상 민영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노동계와 의료계를 상대로 정부가 줄기차게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굳이 따지고 보면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말을 “민영화를 않겠다”는 말과 혼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논란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철도 파업을 언급하며 “정부에서 그동안 누차 민영화를 안 한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24일 국무회의에서 “민영화를 안 한다는 정부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이제 민영화 문제는 더 이상 논란을 벌일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철도 파업에 명분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지만 정부 스스로도 정책적 선택지 가운데 민영화를 원천 배제한 것이다.

정치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당이 ‘철도민영화 금지법’을 제안하자 여당은 ‘법으로 못박지 말고 여야 합의로 민영화를 금지하자’는 식이다. 최근 의료 규제완화에 대해 의사협회가 민영화 시도로 규정하고 대규모 시위에 나섰을 때도 정부는 “의료 민영화는 절대 안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역사적으로 시장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온 ‘작은 정부’의 핵심축이 공공부문 민영화였는데도 ‘민영화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식의 논리가 관계없이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영화 성공 공기업 ‘수두룩’

하지만 민영화에 대한 국민의 실제 여론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4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으로 재무건전성 제고(40.5%) 못지않게 통폐합 등 구조조정(32.1%)과 경쟁 도입(21.6%)을 꼽은 국민이 많았다. 민영화의 핵심인 경쟁체제 도입을 지지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기업도 민간과 마찬가지로 경쟁을 해야 효율적이 된다”며 “정부가 국민에게 이를 끈질기게 설득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노력이 없었고 국민도 논란의 본질이 뭔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역대 정부 가운데 민영화에 가장 적극적인 정부는 민주당 시절인 김대중 정부였다. 외환위기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자산(공기업) 매각에 나선 것이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민영화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과 통신업계 1위 SK텔레콤의 전신은 각각 대한석유공사(유공)와 한국이동통신이었고 두산중공업의 뿌리는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이었다. 대한항공도 공기업인 대한항공공사를 1969년 민영화한 산물이었다.

민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쟁을 통해 체질개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김포공항은 만성적인 적자 공항이었지만 인천공항과 경쟁하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개혁의 최선책은 민영화를 통한 완전경쟁이고 차선책이 두 공기업을 경쟁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용석/김우섭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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