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보이는 대한민국

입력 2013-12-24 21:44   수정 2013-12-25 04:31

● 최장 철도파업 '해돋이 기차' 도 멈출 판
● 美·日 등 '산타 랠리' 구경만 하는 코스피
● 위기의 자영업…절반이 개업 1년내 폐업



[ 이심기 / 이미아 / 김우섭 기자 ] 2013년 세밑.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할 한국 사회가 침체와 나락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철도파업에 강(强) 대 강(强)으로 맞닥뜨린 노조와 정부, 경기 회복과 증권시장 활황에 웃음짓는 미국 일본과는 판이하게 다른 한국 주식·부동산 시장의 부진 등으로 사회 전반에 활력이 사라지고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감돌고 있다. 사상 최장 기간을 이어가는 철도파업으로 사람과 화물 모두 발이 묶이고, 연말 특수까지 실종되면서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가 진행 중인 한국에서 창업 1년 만에 절반이 문을 닫는 자영업 시장은 말 그대로 생존을 걱정하는 전쟁터로 변했다.

○철도파업 ‘强 대 强’ 충돌

철도파업이 16일째로 접어든 24일 경부선과 호남선 전 구간은 KTX, 무궁화호 등 차편을 가리지 않고 일찌감치 매진됐다. 현장 매표소에서는 입석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고, 줄어든 운행 편수를 알리는 공고문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전광판에는 연발과 연착을 알리는 안내문이 수시로 떴다.

이날 전국의 열차 운행률은 70%대로 떨어졌다. KTX는 77.8%, 일반 열차는 58.3%까지 줄었다. 코레일 홈페이지에는 해돋이 관광열차를 포함한 모든 기차여행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는 사과문이 걸렸다.

연말 막바지 수출 제품을 실어 날라야 할 화물열차들도 기관사를 구하지 못해 화물칸을 비워둔 채 대기 중이다. 화물열차는 평시의 35%만 운행돼 물류 수송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원 영월 지역의 시멘트 공장은 지난 19일부터 가동을 중단하는 등 산업 현장도 파업의 영향권에 들었다. 파업 전 하루 평균 37회를 다니던 태백선과 영동선 화물열차는 10회로 감축됐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철도파업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소집, 파업 사태의 조기 수습을 지시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철도노조가 경쟁으로 인해 자신의 고비용, 비효율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면서 명분 없는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부는 KTX 수서발 자회사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민영화 의사가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가 경찰의 검거망을 피해 잠적한 상태여서 노·정 간 대화채널 복구는커녕 대치 상황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한국만 ‘산타 랠리’ 소외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산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닛케이는 올 한 해 동안 52.67% 급등했고, 미국 다우와 프랑크푸르트 증시도 각각 24%와 24.65% 상승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다우지수는 지난 18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18일 양적완화 축소를 발표한 뒤 23일까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왔다.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월가는 “내년이 위기 이후 최고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증시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발표 이후 나흘째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인 독일 증시는 이날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지수도 0.94% 오른 9488.82에 거래를 마쳤다.일본 도쿄 증시도 24일 닛케이225지수가 장중 16,000선을 돌파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16,029.65까지 오르며 2007년 12월11일 이후 6년 만에 처음 장중 16,000선을 돌파, 넘어서면서 지난 20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15,870.42)를 갈아치웠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날보다 4.70포인트 오른 2001.59로 장을 마쳤다. 연초 2031.10으로 출발한 데 비춰 보면 3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몰락하는 자영업…5년 넘긴 커피숍·치킨점 10곳중 2곳도 안돼

지난해 말 ‘제2의 인생’을 목표로 회사를 나와 자영업 전선에 뛰어든 최양호 씨(58)는 최근 자신의 손으로 가게 문을 닫았다. 불과 1년 전만하더라도 굴지의 대기업 부장으로 연봉 1억원을 넘게 받았지만 지금은 빈털터리 신세다.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그는 퇴직금과 은행대출을 받아 3억원으로 경기 일산에 치킨집를 열었다가 1년도 버티지 못했다. 정년퇴직과 함께 사회로 쏟아져나온 50~60대 은퇴자가 너도나도 치킨점을 차리기 시작한 데다 불황 여파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탓이다.

자영업의 몰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기업생멸(生滅) 행정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를 포함한 창업 기업 10곳 중 3곳(29.6%)만 5년 뒤까지 폐업하지 않고 살아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의 대표 직종인 숙박·음식업이나 도·소매업은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2006년 개업한 커피숍·치킨가게 등 숙박·음식 업체 가운데 5년 뒤에도 문을 닫지 않은 곳은 17.7%에 불과했다. 2010년 개업을 한 업체 중 거의 절반(46.6%)은 1년도 안돼 폐업 신고서를 냈다.

슈퍼마켓 등 도·소매업체의 폐업 기간도 1년 이내가 44.9%, 5년 이내가 73.3%를 기록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영업의 대표적인 업종인 음식·숙박업의 급속한 몰락은 가계부실과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불황 여파로 지난해 새로 생긴 기업 수는 77만개로 전년(80만9000개)에 비해 3만9000개 줄었다. 신생 기업 수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3년 만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숙박·음식점업은 2011년 15만8000개가 새로 생겼지만 지난해에는 14만7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2011년 폐업 신고를 한 업체는 15만개에 달했다. 또 개인 운영 도·소매업체는 지난해 19만8000개 늘어나 전년(20만4000개)보다 4000개 감소했다.

이심기/ 이미아/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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