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증시 결산 3] 600 바라보던 코스닥, 내년 초 상승 반전 기대

입력 2013-12-25 10:55  

[ 한민수 기자 ]

2013년 상반기에 600선을 향해 내달리던 코스닥지수가 500선 아래서 연말을 맞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경제민주화 정책 기대 등으로 코스닥시장은 연초부터 5월까지 고공 행진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불거지며 한국 증시를 비롯해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7월 이후 반등해 폭락 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코스닥지수는 여전히 500선을 밑돈다.

코스닥시장은 정책 모멘텀(상승동력) 부재, 매수기반 약화, 실적부진 등으로 약세다. 내년에는 수급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 코스닥, 상반기 최고치 경신…하반기 '500돌이'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올 5월28일 585.76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다음날인 29일 종가기준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132조475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 들어 상승 동력이 약화되면서 코스닥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고치 기록 이후 한달 만인 6월25일 480.96로 17.89% 급락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글로벌 시장이 동반 급락하던 시기였다.

코스닥지수는 급락 이후 뚜렷한 상승 동인을 찾지 못했다. 12월20일 종가는 488.41로 6월 연저점에서 1.55%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연말 종가인 496.32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코스닥시장이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로 정책 모멘텀 부재를 지적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상생 등의 단어들이 등장했다. 연초 주요 연구기관과 단체들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앞다퉈 내놨다. 정책 기대감이 코스닥지수를 밀어올렸지만 대선 불복 등 여야 대치 국면이 길어지면서 기대감이 자취를 감췄다. 중소기업 지원책이 실제 법안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대한 악재들도 불거졌다.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이었던 갤럭시S4의 판매 저조 우려가 제기돼 코스닥을 이끌던 IT 중소형주들이 하락했다. 5월 말 발표된 코스닥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해 IT 중소형주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약해졌다. IT 중소형주는 코스닥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 매수 기반 약화도 코스닥 '악재'

코스닥시장의 매수 기반도 약화됐다. 지난 상반기 코스닥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의 한국물 정리에 따라 대안 투자처로 매력이 부각됐다. 하지만 뱅가드 펀드 정리가 상반기에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매력이 줄었다.

올 1월 뱅가드는 6개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의 기준지표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로 변경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MSCI지수에 신흥국에 포함돼 있지만 FTSE엔 선진국으로 분류돼 뱅가드는 신흥국 펀드의 한국 주식을 팔아야 했다.

10%룰 해제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유인도 반감됐다. 연기금은 상장사 지분 10% 이상 보유시 1주를 매매해도 이를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했다. 연기금은 추종 매매와 투자전략 노출 등을 우려해 보통 9% 수준의 지분을 유지했다. 8월29일 10%룰 해제 이후 분기 단위로 보고하면 된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룰로 연기금은 중소형주로 매매 대상을 확대하는 추세였다" 면서 " 10%룰이 해제되면서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줄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까지 기관과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6056억 원과 9664억 원 어치 주식을 샀다. 개인은 9981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하반기에는 지난 20일까지 기관이 8908억 원을 팔아 연간으로 2852억 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과 개인은 하반기에 8004억 원과 4282억 원의 매수 우위였다.

코스닥시장은 개인투자자의 참여도가 높지만, 가계부채 등으로 개인 투자자금이 감소한 점도 주가에 부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 2014년 코스닥 수급개선 기대

내년에는 수급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소형주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투신들의 수급 부재" 라며 "올해 코스닥의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1조800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투신은 1000억 원, 연기금은 4200억 원 순매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기관들의 수급 부재가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코스닥시장에 대한 기관의 순매수 강도가 연초에 높아졌고, 배당락 이후 유가증권시장 쏠림현상도 일시적으로 완화됐다.

이 연구원은 "내년 이익증가율이 27%로 전망돼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를 대형주로만 구성하긴 어려운 상황" 이라며 "투신 및 연기금 쪽에서 매수 수요가 전망되고, 배당락 이후 개별종목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닥시장의 호전은 코스피지수의 전고점 돌파 이후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코스피지수가 2050선을 넘어서야 투자심리가 개선돼 중소형주 및 코스닥시장의 약세 흐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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