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거래 강제'로 신고…공정위 결론에 '주목'
[ 주용석 기자 ]
워터파크에 음식물을 싸갈 수 없는 문제는 많은 소비자의 해묵은 민원이자 불만이다. 한푼이라도 아끼고 싶은 알뜰 나들이족과 ‘그러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는 업체 간 대립이다.
그 오랜 실랑이가 이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공정위가 조만간 대형 물놀이시설(워터파크)의 ‘음식물 반입 금지 규정’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지 조사한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워터파크 이용객이 외부에서 가져온 김밥, 떡볶이, 피자, 햄버거 등을 시설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먹을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서울YMCA가 “워터파크의 음식물 반입 제한 규정이 공정거래법상 거래 강제에 해당한다”며 캐리비안베이, 오션월드 등 전국 21개 업체를 신고한 사건에 대해 최근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다음달 중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8개월여의 조사 과정에서 업계와 시민단체들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워터파크는 음식물 반입 제한이 거의 없는 일반 놀이공원과 달리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와 물, 이유식, 환자용 특별식, 깎은 과일 외에는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수영장을 갖춘 물놀이시설 특성상 수질오염, 위생사고, 과도한 냄새에 따른 다른 이용객의 불쾌감 초래 등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또 2009년에 이미 이용 약관을 자진 수정해 이유식, 환자용 특별식 등 일부 음식물의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워터파크의 한 관계자는 “일반 놀이공원과 달리 워터파크는 과일 껍질이나 과자 부스러기로 수영장이 더러워질 수 있고 이용객이 가져온 병이 깨지면 안전사고가 날 수도 있다”며 “시설 특성상 위생과 안전을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업수지 보전 측면에서도 음식료 반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시설을 기반으로 음식료를 판매하는 것이 수익구조의 핵심인 만큼 만약 소비자들이 음식을 싸들고 온다면 입장료를 올려서라도 적자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서울YMCA는 워터파크 업체들이 위생상, 안전상 문제로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면서 시설 내에서 반입 금지 대상 음식물을 버젓이 팔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워터파크 내 판매가격이 대부분 시중가격보다 비싼데도 이용객들은 어쩔 수 없이 높은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만큼 공정거래법상 ‘거래 강제’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성수현 서울YMCA 간사는 “2009년 약관 수정으로 반입이 허용된 이유식이나 환자용 특별식 등은 일반 소비자와는 상관이 없다”며 “백번 양보해 수질오염이나 안전 문제 때문이라면 시설 내에 이용객이 가지고 온 음식물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면 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어떤 결론을 낼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2009년 일부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는 약관 개정을 이끌어낸 공정위 약관심사과는 당시 안전상, 위생상 문제를 감안해 음식물 반입 허용 범위를 정한 만큼 현재 약관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공정위 서울사무소 관계자는 “약관과 무관하게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신고가 들어온 만큼 공정거래법상 거래 강제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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