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디플레 징후' 점검…저금리 기조 유지에 무게중심

입력 2013-12-26 20:59   수정 2013-12-27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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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통화신용정책

성장 지원에 무게중심

美 돈줄죄기 후폭풍 상시 점검 체제 구축
中企 금융지원 강화…대출한도 탄력 조정



[ 서정환 / 김유미 기자 ]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4년 통화신용정책 운용 방향’에는 올해 세계적인 양적완화 행렬에도 한국은행만 확장적 통화정책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은의 고심이 담겨 있다는 평이다. 최근 소비자물가가 한은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물가안정 목표 범위(2.5~3.5%)를 아래로 이탈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날 발표 내용에 비춰볼 때 저금리 등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분석했다.

○장기 저물가 대응 강조

이번 운용 방향에서는 ‘성장 지원’과 ‘저인플레이션 점검’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은은 한국 경제가 올해 2.8%에 이어 내년에는 3.8% 성장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국내 경제가 성장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날 운용 방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와 미국 재정 관련 불확실성 등이 향후 성장 경로에 돌출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발표 내용만 놓고 보면 금리 정상화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은 더 이상 확산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저물가 지속에 대해서도 “디플레이션 우려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저물가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기대인플레이션마저 낮아져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등 디플레이션 징후를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금리 추가 인하를 염두에 두고 줄기차게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해 왔던 정부 측과 일정 부분 접합점을 모색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5%로 전망하고 있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약세 등으로 실제 물가가 전망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물가가 목표 범위보다 낮은 건 사실”이라며 “물가가 전망대로 상승하지 않을 경우 원인을 분석하고 통화정책도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 테이퍼링 방파제 구축

한은은 내년 미국의 테이퍼링 이후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국내로 확산될 가능성 등 위험 요인에 대한 상시 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 불안뿐 아니라 신흥국의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질 경우 한국의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를 위해 시장 상황에 따른 단계별 종합대책을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박종석 한은 정책총괄팀장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의 차별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해외 요인에 의해 금리가 급등하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대표적인 신용정책인 총액한도대출을 ‘금융중개지원대출’로 이름을 바꾸면서 돈줄이 막힌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좀 더 쉽게 자금을 빌리도록 제도의 세부 사항도 개편했다. 현재 12조원인 총대출 한도와 기술형 창업 지원, 무역금융 지원 등 부문별 한도는 유지했지만 분기별로 해온 한도 조정은 필요할 때 수시로 할 수 있게 탄력적으로 바꿨다. 특히 올해 4월 신설한 기술형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활성화하도록 은행의 대출 실적 중 한은의 지원액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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