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임기를 마친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27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순간 말을 멈췄다. 업무 스트레스와 장시간 근무 등으로 병을 얻어 숨지거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직원들의 이름을 부르던 중간이었다. 이임식장 곳곳에서 복받치는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같이 눈물을 훔치며 한참 동안 말을 중단한 조 행장이 호명을 이어갔다. “엄OO 차장, 이OO 차장, 조OO 과장….” 거명을 마친 그는 “제가 영원히 안고 가야 할 마음의 빚”이라고 말했다. 조 행장은 2010년 12월 취임사 당시에도 운명을 달리 하거나 투병 중인 직원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호명했다.
실제로 그는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전무 때였던 2009년 10월에는 전 영업점에서 오후 7시가 되면 개인 컴퓨터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도록 했다.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부 회식이나 회의를 금지시켰고 퇴근 시간도 30분 당겼다.
조 행장은 또 위대한 은행을 만들어줄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참 좋은 은행’을 ‘위대한 은행’으로 도약시키는 꿈을 이곳에 남겨두고 떠난다”며 “위대한 은행이란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교육·문화·예술에도 이바지해 국민들 마음에서 신뢰받는 은행”이라고 말했다.
정든 직원들과의 헤어짐에 진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어제는 마지막으로 사무실 짐을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고 더 깊이 가슴에 남는 것은 임직원 여러분과의 소중한 인연이었습니다.
”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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