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가 남긴 악영향

입력 2013-12-29 21:01   수정 2013-12-30 04:54

"'강한 일본' 향수에 갇힌 아베 총리
아시아 패러독스 따른 불신 심화돼
美·中 협력 통해 대응수위 조절해야"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jincs@sejong.org>



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한국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우려와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 인해 한·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최근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내년에는 한·일 관계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건만 아베 총리가 그 싹을 잘라 버린 것이다. 둘째 아베 총리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뒤통수를 치는 행동을 한 것이다. 일본과의 외교에서는 항상 배신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학습효과를 남겨 한·일 관계에서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기시 노부스케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데 대한 우려다.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전 총리는 친미를 주장하면서도 국내적으로는 전전(戰前)의 역코스 정책을 부활시키려고 했다. 아베 총리도 외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최근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정비밀보호법을 강력히 추진했고, 이번에는 우파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한 것이다. 아베 총리의 꿈이 전전의 향수를 가진 기시의 콤플렉스를 실현시키는 것이라면 일본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도 문제아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 정치권에서 우파의 역사인식을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셈이다. 이전부터 일본 우파들은 총리의 야니쿠니 참배를 통해 제국주의 전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어했다. 물론 일본 국민과 언론은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경제 침체 속에서 일본 국민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통해 ‘강한 일본’의 향수를 되찾는 데 동조하는 측면이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 한국이 야스쿠니 참배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역풍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동안 일본 정치권에서 금기시했던 우파의 역사인식은 확대될 것이며, 한·일의 역사인식에 대한 공감대는 더욱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있는 한 한·일 정상회담은 그 전기를 마련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한·일 관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미국의 재균형정책에 영향을 미쳐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가져올 것이다. 중·일 관계는 더욱더 악화돼 당분간 중국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보통국가의 흐름을 확대시킬 것이다. 그 결과 동북아 국가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 미국에 매달리거나, 방위비를 확대하는 군비증강의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여론을 의식한 강경 대응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중국과 미국의 대응을 바라보면서 대응의 수위를 조절하는 전략적인 인내가 필요하다. 한국이 중국의 대리전을 해서는 안 되고, 미국을 통해 전략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냉정한 대책이 필요하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전제로 한 지금까지의 대일정책 효과를 재점검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번 아베 총리의 행동은 역사인식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없고, 장기적인 과제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역사인식을 중장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역사 대화, 연구, 그리고 조사를 뒷받침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고, 이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앞으로 동북아 국가들 간의 불신이 심화되는 악순환에 대한 대책도 정부는 고심해야 한다. 어떤 난관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의 아시아 패러독스를 해결하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은 지속돼야 하며, 이를 위해 대일정책에서도 재해, 환경, 그리고 원자력 안전 등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하루빨리 실현시켜야 할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jincs@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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