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박문덕 회장, 맥주시장 1위 탈환 선언 "하이트로 회사명 바꿀 때 각오로 뛰자"

입력 2014-01-01 22:39  

분노하는 병사는 실패 안해
매 순간 마지막이라 생각…끝장정신으로 무장



[ 최만수 기자 ] 승부사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사진)이 ‘독기’를 품었다. 맥주시장 1등 탈환을 선언하고 전 직원에게 ‘끝장 정신’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크라운에서 하이트로 회사 브랜드를 바꾸고, 파격적인 가격으로 진로소주를 인수하는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승부수를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이트진로가 소주는 물론 맥주시장에서도 점유율 하락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박 회장이 1등 탈환의 깃발을 들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작년 말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분노하는 병사는 결코 실패하지 않고, 목숨 걸고 싸우는 병사를 당할 상대는 없다”며 “매 순간 마지막이라는 의식을 갖고 끝장정신으로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자”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올해 상반기 중 롯데맥주가 시장에 나오고 하우스맥주(소규모 제조맥주)의 전국 유통이 가능해지며, 수입맥주 시장이 더 커지는 등 시장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요즘 만나는 임직원들에게 “회사 이름을 바꿀 때의 각오를 되살려 다시 뛰자”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하는 박 회장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발언한 것은 모종의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승부사적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91년 사장에 취임, 경영에 본격 참여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인 창업자 고 박경복 명예회장이 사용하던 ‘크라운’이란 브랜드를 하이트로 바꾸고 오비맥주를 추월하는 역량을 발휘했다. 2005년 진로소주를 인수할 때는 복수의 우선협상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파격적인 응찰가격을 써내 화제가 됐다.

주류업계에선 박 회장이 내부 마케팅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진로를 2005년 인수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승인 조건에 따라 2010년까지 영업망을 통합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통합시너지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2011년 오비에 역전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되 전 임직원이 끝까지 해보겠다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요즘 자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신이 없으면 “해외시장 개척도 불가능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골프를 칠 때도 스코어 목표를 정해 놓고 자신과 승부하길 즐기는 승부사 박 회장이 1등 탈환을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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