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카톡에 떠다니는 정부' 그 이후

입력 2014-01-06 20:34   수정 2014-01-07 03:47

이심기 경제부 기자 sglee@hankyung.com


[ 이심기 기자 ] “정부 3.0 시대? 웃기는 소리 말고 업무 인프라부터 바꿔줘라.”

본지가 지난 4일자 A1면에 보도한 ‘카톡에 떠다니는 대한민국 정부’ 기사에 네티즌들이 들끓고 있다. 기사는 정부세종청사로 이주한 공무원들이 국회 등 서울에서 필요한 업무처리를 위해 ‘카톡 대화방’을 새로운 회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면서 수많은 정부 자료와 정보가 보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백개가 달린 기사 댓글에는 “관료들이 카톡으로 회의? 헐”이라는 가벼운 비판에서부터 “중소기업도 기밀사항은 메신저로 안 보내는데…. 개탄할 노릇”이라는 탄식까지 줄을 이었다.

한 네티즌은 “공무원 전용 앱을 만들어 보안기능을 강화하고, 대화 내용도 몇 시간 내에 삭제되도록 해라. 고위 관료들이 카톡 없이 일을 못하다니, 이게 정보기술(IT) 강국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문제는 카톡을 중요 업무수단으로 활용하는 곳이 정부 부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네티즌은 “군대는 정말 카톡 없이 안 돌아간다. 실상을 알면 까무러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실제 일선 군 부대 지휘관이 민감한 작전지시를 ‘집단 카톡’으로 보내는 등 보안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증언’이다.

당사자인 공무원들도 들끓었다. “애초에 서울과 세종시로 나눈 게 발단이지, 왜 공무원만 잡느냐”는 불만도 많았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정부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는 장소가 제한돼 있어 한계가 있다”며 “대국회 업무나 다른 부서와의 신속한 협업이 필요할 때면 감사에 걸릴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민간업체의 메신저를 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 청사에 화상회의실 몇 개 더 만든다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카톡 파문’은 세종시 건설단계부터 숱하게 제기돼온 행정 비효율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경우에 불과하다. 청와대는 공공정보 개방운동인 ‘정부 3.0’을 추진하기에 앞서 근본적으로 세종청사의 업무 집중도와 소통능력을 높이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이심기 경제부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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