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너무나 부러운 미국경제학회

입력 2014-01-06 20:35   수정 2014-01-07 03:48

장진모 워싱턴 특파원 jang@hankyung.com


[ 장진모 기자 ] 지난 3일(현지시간) 오후 1시 미국 펜실베이니아 기차역 택시정류장. 두툼한 가방을 든 신사들이 시간에 쫓긴 표정으로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미 동부에 불어닥친 폭설로 기차가 연착하는 바람에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지각한 경제학자들이었다.

한 시간여 뒤 학술대회 행사장인 메리어트호텔의 그랜드볼룸.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의장과 석학들의 강연을 듣기 위해 시작 20분 전에 이미 500여개의 좌석이 꽉 찼다. 버냉키의 강연,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아닐 카샤프 시카고대 교수의 강평, 청중과의 질의응답 등 90여분 동안 행사장 뒤편에서 선 채로 청강을 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프린스턴대 교수 출신인 버냉키 의장은 2008년의 금융회사 구제금융, 양적완화 등에 대한 ‘동료’의 까칠한 질문을 놓고 10여분간 논쟁을 벌였다.

이튿날 호텔 로비의 간이식당.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하버드대 교수), 차기 Fed 부의장으로 유력한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찰스 플로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 등 60~70대 노(老)경제학자들이 지인들과 함께 찾았다. 이들은 12~17달러짜리 샐러드,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그 시간 그랜드볼룸에는 다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노벨상을 꿈꾸는 젊은 경제학자들이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과의 ‘오찬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오찬장은 축구장 절반 크기만했다. 앞쪽 연단에 노벨상 수상자들의 식탁이 있었고 젊은 학자들은 100여개의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점심값은 60달러. 적지 않은 돈이지만 먼발치에서라도 최고 지성들과 밥 한 끼하며 이야기(강연)를 들을 수 있다는 자부심의 대가였다.

올해 AEA 총회에는 총 1만1000명의 경제학자들이 참석했고 사흘간 500여개의 크고 작은 세션이 열렸다. 연초에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전자쇼(CES)에 비견되는 일종의 ‘경제 박람회장’이다. 올해 ‘히트 상품’은 Fed의 출구전략과 경제회복 처방이었다. 폭설에도 불구하고 열기는 예년보다 더 뜨거웠다. 미국이 땅이 크고 자원이 많아 세계를 제패한 것만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진모 워싱턴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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