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맡긴 그룹 총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담보로 잡힌 주식이 '물량 폭탄'으로 나올 수 있어 총수들의 주식담보대출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 왼쪽),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가운데),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의 보유 주식 절반이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다.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한화 주식을 담보로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860만 주를, 12월 농협은행에 250만 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지난해 담보로 맡긴 한화 주식만 1110만 주에 달한다.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주식의 65.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주식담보대출일 기준으로 김 회장이 금융권에 맡긴 주식은 3824억2500만 원에 달한다. 통상 담보주식 가치의 60~70% 선에서 대출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차입금 규모는 2294억~2677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조 회장은 효성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맡겼다. 조 회장도 지난해 세 차례 주식담보 대출을 받았다. 지난 4월 한국외환은행에 60만 주를 담보로 제공한 데 이어 11월 국세청과 증권금융사에 108만4000주와 50만 주를 맡겼다. 보유주식의 60%로 1472억6600만 원 규모다. 국세청 추징금 4700억 원을 납부하는 데 차입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부세무서에 CJ 주식 205만 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지난해 7월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이 국세청 세금 추징금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제공한 것. 이와 함께 한국증권금융과 우리투자증권에도 각각 180만 주, 200만 주를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이 회장이 보유한 CJ 주식의 절반(주식가치 5937억7500만 원)에 육박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총수들의 과도한 주식담보 대출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대폭락하면 금융권의 담보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식도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사유재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을 제재할 순 없다" 면서도 "주가 급락 시 '물량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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