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100만개 날린 내수 부진
인구 5000만명·소득 2만弗 이상, 한국 포함 전세계 7개국 불과
내수 살려 '强小' 아닌 '强中'국 돼야
[ 김유미 / 김우섭 기자 ]
내수 부진의 대가는 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7일 ‘장기 내수침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분석한 결과 장기 소비침체로 인한 일자리 기회 상실은 한 해 102만개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소비증가율(연평균 2.9%)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0%)과 같았다고 전제해 추가소비당 취업유발계수를 곱한 결과다.
결코 무리한 전제는 아니다. 주요 7개국(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가운데 독일을 제외하면 모두 소비증가율(1990~2011년)이 GDP 증가율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에선 지난해 한국의 고용률이 59.4%에서 64.0%로 뛴다. 민간소비가 기업이윤을 늘리고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면, 다시 소비 증가를 낳는 선순환이 작동하면서다. 탄탄한 내수경제는 경제체력도 끌어올린다.
문제는 내수의 힘이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고령화는 소비여력을 낮추는 첫 번째 요인이다. 서울 성동구의 신정훈 씨(72ㆍ가명)는 1997년 전까지 연매출 50억원의 건설업체를 운영하던 중산층의 표본이었다.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부도를 냈지만 빚이 많지 않아 신용보증기금대출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2004년 다시 회사가 쓰러졌을 땐 엄청난 개인 빚을 진 상태였다.
그나마 그가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은 ‘하우스푸어’ 신세는 면했다는 점이다. 주택값 거품이 한창일 때 막대한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샀던 사람들은 여전히 빚에 쪼들리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 주택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6월~2007년 9월까지 9%(전년 동월 대비)를 넘던 주택값 상승률은 2009년 4월부터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집 사느라 막대한 빚을 진 ‘하우스푸어’들은 이자 내는 데 급급해 돈 쓸 여력이 없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침체, 자영업자 몰락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겹친 탓에 내수회복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세금과 사회보험 지출이 늘어난 것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1990~2011년 세금과 사회보험 지출의 증가율(연평균 10.8%)은 가처분소득 증가율(6.8%)을 훨씬 웃돌았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를 위한 일종의 ‘강제저축’인 사회보험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저축률이 크게 낮아졌다”며 “소비가 살아나려면 저축이 좀 더 쌓여야 하고 그러려면 부채 축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내수경기 부양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내수의 열쇠인 서비스산업의 융성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일본은 일찌감치 내수주도형 경제 성장에 나섰고, 중국도 내수 육성에 초점을 두고 경제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인구 5000만명,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 밖에 없다”며 “이를 감안하면 한국 내수의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수출만큼 내수의 힘을 끌어올려 ‘강소(小)국’이 아닌 ‘강중(中)국’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기 2년차인 박근혜 정부가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강조한 것은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란 평가다. 이제 실행전략을 짤 때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인구 5000만명·소득 2만弗 이상, 한국 포함 전세계 7개국 불과
내수 살려 '强小' 아닌 '强中'국 돼야
[ 김유미 / 김우섭 기자 ]
내수 부진의 대가는 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7일 ‘장기 내수침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분석한 결과 장기 소비침체로 인한 일자리 기회 상실은 한 해 102만개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소비증가율(연평균 2.9%)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0%)과 같았다고 전제해 추가소비당 취업유발계수를 곱한 결과다.
결코 무리한 전제는 아니다. 주요 7개국(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가운데 독일을 제외하면 모두 소비증가율(1990~2011년)이 GDP 증가율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에선 지난해 한국의 고용률이 59.4%에서 64.0%로 뛴다. 민간소비가 기업이윤을 늘리고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면, 다시 소비 증가를 낳는 선순환이 작동하면서다. 탄탄한 내수경제는 경제체력도 끌어올린다.
문제는 내수의 힘이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고령화는 소비여력을 낮추는 첫 번째 요인이다. 서울 성동구의 신정훈 씨(72ㆍ가명)는 1997년 전까지 연매출 50억원의 건설업체를 운영하던 중산층의 표본이었다.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부도를 냈지만 빚이 많지 않아 신용보증기금대출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2004년 다시 회사가 쓰러졌을 땐 엄청난 개인 빚을 진 상태였다.
그나마 그가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은 ‘하우스푸어’ 신세는 면했다는 점이다. 주택값 거품이 한창일 때 막대한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샀던 사람들은 여전히 빚에 쪼들리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 주택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6월~2007년 9월까지 9%(전년 동월 대비)를 넘던 주택값 상승률은 2009년 4월부터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집 사느라 막대한 빚을 진 ‘하우스푸어’들은 이자 내는 데 급급해 돈 쓸 여력이 없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침체, 자영업자 몰락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겹친 탓에 내수회복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세금과 사회보험 지출이 늘어난 것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1990~2011년 세금과 사회보험 지출의 증가율(연평균 10.8%)은 가처분소득 증가율(6.8%)을 훨씬 웃돌았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를 위한 일종의 ‘강제저축’인 사회보험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저축률이 크게 낮아졌다”며 “소비가 살아나려면 저축이 좀 더 쌓여야 하고 그러려면 부채 축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내수경기 부양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내수의 열쇠인 서비스산업의 융성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일본은 일찌감치 내수주도형 경제 성장에 나섰고, 중국도 내수 육성에 초점을 두고 경제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인구 5000만명,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 밖에 없다”며 “이를 감안하면 한국 내수의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수출만큼 내수의 힘을 끌어올려 ‘강소(小)국’이 아닌 ‘강중(中)국’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기 2년차인 박근혜 정부가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강조한 것은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란 평가다. 이제 실행전략을 짤 때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