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차라리 국정교과서로 돌아가자

입력 2014-01-08 20:31   수정 2014-01-09 04:19

"우리 역사 긍정하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할 자유마저 유린하는 세력들
이럴 거면 검인정 포기하는 게 맞아"

김광동 < 나라정책연구원장 shin6407@hanmail.net >



선택의 자유는 유린됐다. 교학사 출판사가 발간한 한국사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에 대한 뭇매 때문이다.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선택한 고등학교에 대한 채택철회 공세가 집요하게 이어지면서, 포기하고 다른 교과서로 대체하겠다는 줄항복이 이어졌다. 이념편향의 본산이 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몇몇 언론사가 채택취소 투쟁을 전개하면서 현대고와 상산고 등 마지막까지 압력을 버텨내던 학교들까지 차례로 두 손 들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청송여고에 대한 공격으로 이젠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 중 단 한 곳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못하게 몰아가고 있다.

애초에 한국사는 교육부가 주도하는 국정교과서 체제였다. 그러나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시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목적으로 검인정 체제가 도입된 것이다. 교육부에 의해 역사교과서로 사용가능하다는 검정을 마친 교과서에 대해서는 학교별 교육 방침에 따라 다양한 교과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교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작년 가을부터 검인정을 마친 8종의 교과서 중 유독 교학사 역사교과서에 대한 근거없는 공격이 시작됐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작년 국정감사를 몇 번에 걸쳐 파행시키면서까지 공격대상으로 했던 그 교과서가 이제는 채택된 학교에 대한 공격으로 전환되며 채택율 0%를 향해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한국사 교과서 중 교학사와 나머지 출판사 간의 가장 큰 차이는 우리 현대사를 부정적으로 보느냐, 긍정적으로 보느냐다. 대부분 역사교과서가 지난 현대사를 비판적 시각에서 독재와 친일이라는 굴곡의 역사로 서술하면서도 북한의 토지몰수나 공산혁명은 개혁적인 것으로 미화시켜왔다. 그렇지만 교학사 교과서는 대한민국 역사를 긍정적 시각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공의 역사라는 데 보다 초점을 맞췄다.

역사교과서는 우리 민족과 국가가 성취해온 기본 사실을 공유함으로써 국가정체성을 유지하고 국민통합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교학사의 사관이 정당한 것이다. 실제 오늘의 우리 대한민국은 역경을 딛고 땀과 희생을 감내하며, 우리 모두가 쌓아올린 위대한 창조물이다. 그런데 그것을 성공 역사라고 서술하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인 것이다.

물론 그 비판과 공격의 주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이다. 그 위에는 당연히 민주노총이 위치하고 그 옆엔 진보를 표방하는 제반 세력이 함께하고 있다. 전교조와 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의 가치판단과 불법투쟁이 철도를 멈추게 하더니 이번에는 자율적으로 채택된 역사교과서를 철회하라고 강제했다. 근로조건 개선과 임금문제를 협의할 권한이 부여된 이익단체인 노조가 교육과정과 교과서 채택까지 좌지우지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북한 전체주의를 미화하는 교과서에 대해서는 비판 없는 지지를 보내더니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성공 역사를 계승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교과서에 대해선 채택 철회를 강요하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이번 교학사 교과서 채택 취소사태는 자유의 유린과 다양성에 대한 근본적 부정을 말하는 것이다. 교과서 시장에서 특정 교과서를 선택한 소비자에게 선택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선택하라고 강요해 결국 관철시킨 것이다. 그것은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정치중립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에 대한 억압이고 테러인 것이다. 오늘의 교과서 채택철회 사태는 우리 사회에 펼쳐져온 전체주의적 성격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다양성과 선택의 자유가 유린된다면 차라리 국정교과서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김광동 < 나라정책연구원장 shin6407@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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