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꺼내기 쉽게 드럼세탁기 입구 높여
프리미엄 제품으로 글로벌 가전 1위 '정조준'
[ 김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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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품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의 손길을 거치며 세련미를 더했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오븐 등 주방가전은 세계적인 요리사들과 함께 개발한 쉐프 컬렉션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사진)이 ‘1등 DNA’ 전수 사명을 띠고 사업을 맡은 지 2년여 만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다.
◆130년 만에 바꾼 식기세척 방식
식기세척기는 1886년 개발됐다. 그렇지만 식기를 씻는 방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커다란 통에 식기를 넣고 회전하는 호스에서 물을 쏘아 올려 세척한다. 윤 사장은 “130년 만에 세척 방법을 바꿨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14에서 선보인 식기세척기는 워터월 방식을 택했다. 수평으로 분사된 물이 움직이는 반사판에 부딪혀 사각형 모양의 식기세척기 전체를 씻는다. 호스가 원운동으로 회전하며 물을 뿌리면 모서리엔 물이 닿지 않는데 이를 바꾼 것. 가전 혁신의 한 단면이다.
청소기 ‘모션씽크 업라이트’의 경우 구석 공간을 청소할 때 일일이 흡입구를 갈아끼울 필요없이, 청소기 중간을 들면 긴 흡입구가 달린 부분이 쑥 빠져나오도록 했다. 드럼세탁기는 허리를 굽혀 세탁물을 넣거나 꺼내야 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밑에 서랍을 만들어 높이를 높였다. 드럼을 기울여 더 편하게 꺼낼 수 있게 한 제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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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주방 가전라인인 ‘쉐프 컬렉션’도 이날 처음 공개됐다. 미쉘 트로와그로 등 세계적인 요리사 5명으로 이뤄진 ‘클럽드쉐프’(Club des Chefs)의 의견을 기획단계부터 반영해 만든 제품이다. 미국 월풀, 유럽 밀레 등에 밀려 주방가전이 약한 삼성이 만든 새로운 접근법이다.
프리미엄 냉장고 T9900은 지난해 나온 900L급 T9000과 외관 크기는 같지만 내부는 1000L가 넘는다. 세계 최대다. 섭씨 1도로 육류, 생선 등을 요리하기 가장 좋은 상태로 저온 숙성해주는 ‘쉐프 시크릿 존’ 등도 마련했다. 오븐레인지는 오븐 안의 온도를 유지시켜 맘먹은 대로 조리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BMW 디자인을 바꾼 세계적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과 합작해 만든 세탁기도 딜러들에게 공개됐다. 버튼이 2개로 간단하며, 세탁 투입구가 위에 있고 내부가 깊지 않아 사용이 편리한 제품이다.
◆소비자 원하면 무조건 만든다
가전은 다른 제품보다 혁신이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워낙 일반화된 제품인데다, 제품 교체 주기도 길어서다. 윤 사장은 그래서 판을 뒤집기로 했다. ‘무겁고 큰, 그리고 변화가 느린 제품’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철저히 소비자 수요를 연구해 시장이 원하는 제품으로 만들기로 했다.
2012년부터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 라이프스타일리서치랩(LRL)과 프로젝트이노베이션팀(PIT)을 만들고 각 지역별 소비자 요구를 연구하고 있다. 시장 요구를 찾으면 ‘악으로, 깡으로’ 개발해낸다. 삼성 TV를 세계 1위로 만든 주역인 윤 사장은 2010년 12㎜ 두께였던 TV 베젤을 5㎜로 줄여 초격차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삼성은 이제 2015년 가전 글로벌 1위를 정조준하고 있다. 윤 사장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로 글로벌 가전 시장 1위를 조기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가전의 맏형격인 냉장고는 2012년 글로벌 1위에 올랐고, 세탁기도 바싹 1위를 쫓고 있다. 다만 주방가전은 아직 더 가야 한다. 전자레인지를 빼면 오븐 등에선 크게 뒤진다. 유럽만도 연간 180억달러에 달하는 빌트인 시장도 잡아야 한다. 삼성이 유명 요리사들을 동원한 이유다. 삼성의 도전이 주목된다.
라스베이거스=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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