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독, 물, 우유

입력 2014-01-08 21:34   수정 2014-01-09 04:16

자유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공개행동'
그로 인해 피해입지 않을 자유도 보장돼야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知訥) 스님이 지은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이란 책이 있다. 처음 승려가 된 이나 불도에 뜻을 둔 초학자들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도리를 알려주기 위해 쓴 것. 지금도 불교강원에서 입문자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거기에 이런 교훈이 있다. “뱀과 소가 똑같이 물을 먹는데 뱀은 독을 만들고, 소는 우유를 만든다(蛇飮水成毒 牛飮水成乳)”. 이 말씀이 기록된 게 1205년이니 지금으로부터 돌이켜보면 800여년 전에 만들어진 지혜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아직도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대인’인가, 아니면 ‘미개인’인가.

똑같은 물과 똑같은 공기를 마시고, 거기다 똑같은 밥까지 먹는 북한 김정은이 최근 혈족도 무시한 채 ‘공개처형’을 자행하는 것을 봤다. 어쩌면 ‘독’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DNA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렇다면 김정은은 우리와 같은 ‘지구인’인가, 아니면 ‘외계인’인가.

이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공개처형’이 아닌 ‘공개행동’이 최대로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들을 우리는 지금 넘치도록 목도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공권력도 감히(?) 그 자유를 빌미로 행해지는 ‘공개행동’에 제대로 손대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분명 ‘세계 최고의 자유국가’다.

얼마 전 어느 언론인에게 공권력의 ‘공개행동’ 제재에 대한 지지 기사화를 요구하면서 참으로 민망한 경우를 경험했다. 그의 대답인즉슨 “그들의 ‘공개행동’도 중요한 권리이므로 함부로 기사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선량한 국민 다수의 억울한 피해는 보상받지 못하는 또 다른 권리의 침해는 무엇인가. 오히려 그게 ‘진정으로 보호돼야 할 권리’가 아니었던가.

누군가 “정치는 권력이라는 ‘악마의 수단’으로 ‘천사의 양심’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몇몇 특수집단이 자기들 이익만을 주장하면서 초래되는 다수의 피해, 그리고 거기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사회적 갈등에 대해 이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우리 정치와 정부가 권력이라는 ‘악마의 수단’(독)으로 국민 다수의 이익을 보호하는 ‘천사의 양심’(우유)을 실현하는 요술의 세계를 이제는 참으로 보고 싶은 것이다.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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