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KT·OCI·효성·동국제강 등 줄여 뽑아
삼성 50兆 등 투자는 작년보다 웃돌 가능성
[ 이태명/정인설/이상은 기자 ]
“경기 회복의 불씨가 활활 타오를 수 있게 기업들이 투자, 고용, 수출에 적극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13일 서울 소공동 호텔 더 플라자 그랜드볼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사말과 함께 새해 첫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가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4월, 10월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이날 간담회의 당초 취지는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고용계획’을 집계하는 것. 그러나 상당수 기업이 아직까지 투자·고용 로드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엔저 등 불확실한 대외 경영 여건에 각종 노동·환경 규제로 투자·고용 심리가 위축된다는 발언도 적지 않았다.
◆통상임금, 고용의 최대 걸림돌
간담회에선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거시지표는 회복되고 있으나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아직 좋지 않다”며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규제와 환경 규제가 기업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 부회장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10~15% 정도의 임금 인상 요인이 생겼다”며 “이에 더해 60세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꼬집었다.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올해 고용인원을 줄이겠다는 그룹도 줄을 이었다. 김일영 KT 사장은 “투자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4조원가량을 하려 하는데 고용은 작년보다 줄일 수밖에 없다”며 “작년엔 3200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2600명 정도만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도현 LG전자 사장도 “(경기가 불투명해) 올해 고용계획은 작년보다 약간 못 미치게 잡고 있다”고 했다. LG그룹은 지난해 1만4500명을 채용했는데 올해는 1만2000여명으로 줄인다. 다만 경기상황에 따라 고용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절 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채용인원을 줄이겠다는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통상임금 등 고용 리스크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신문이 30대 그룹 고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LG와 KT, OCI, 효성, 동국제강이 올해 채용인원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동부그룹과 한국GM도 채용인원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30대 그룹의 총 채용인원은 지난해 목표치인 12만8000명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규 취업자 증가 수를 45만명으로 잡은 정부의 고용창출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자는 작년보다 늘어날 듯
30대 그룹은 고용 계획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반면 투자계획은 공격적으로 세웠다. 삼성은 작년보다 1조원 많은 50조원을 올해 투자하기로 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투자는 50조원으로 잡았는데 일부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사업 분야에는 예비 투자도 집행할 것”이라며 “시설 투자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과 이완경 GS EPS 사장은 “지주회사 증손회사의 합작투자를 허용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이 개정됨에 따라 그동안 미뤘던 투자를 조속히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철 에쓰오일 사장대행은 “울산시 온산공장에 새 공장을 짓고 싶어도 부지 확보를 못했는데, 정부가 공장 인근의 한국석유공사 부지를 제공해주기로 함에 따라 올해 조(兆) 단위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현대차는 작년보다 1조원가량 많은 15조원을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R&D 등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올해 30대 그룹 투자액이 작년 목표치(149조원)를 웃도는 150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명/정인설/이상은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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