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前 Fed 의장이 바라본 미국경제 "자산거품은 인간의 충동서 비롯…막을 수 없고 예측도 어렵다"

입력 2014-01-15 21:16   수정 2014-01-16 03:43

경제 극도로 불안할때 '비이성적 행동' 경향 뚜렷
안정적 성장률·낮은 인플레 환경서 '버블' 싹 터



[ 워싱턴=장진모 기자 ]
“자산 버블(거품)은 인간의 본성, 즉 도취와 두려움(euphoria and fear)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버블은 멈추게 할 수도, 막을 수도 없으며 언제 터질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강연에서 미국 경제를 전망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에선 그가 작년 말 펴낸 새 저서인 ‘지도와 영역(The Map and the Territory):리스크, 인간의 본성 그리고 예측의 미래’를 놓고 패널 토론이 이뤄졌다. 그린스펀의 재임 기간(1987년 8월~2006년 1월)에 1990년대 증시 대호황과 2000년 닷컴(.com)버블이 있었고,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택시장 버블 등이 나타났다.

○경제 예측이 어려운 이유

그린스펀이 ‘행복감에 도취(비이성적 과열)되거나 공포에 질리는’ 인간의 본성(그린스펀은 이를 ‘야성적 충동’으로 표현)을 거론한 것은 Fed가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무관치 않다. 그는 “경제를 예측하는 데는 수학적인 모델 외에 인간의 야성적 충동이 시장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Fed가 이를 간과한 것이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참여자들은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경제가 극도로 불안할 때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그러면서 경제가 성장하려면 버블은 ‘필요악’이라고 했다. 그는 “야성적 충동이 주식시장, 원자재시장, 환율시장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는데 바로 그 점이 버블을 피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기적인 과열과 거품 붕괴 과정을 수반하지 않고서는 경제성장률과 소득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재정·통화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때 경제는 안정적인 경제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며 “이것이 바로 버블이 일어날 수 있는 충분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성적 충동을 찾아볼 수 없었던 옛 소련이나 지금의 북한에서는 버블이 나타날 수 없다”고 했다.

○제2의 금융위기 막으려면

그린스펀은 버블에 대한 예측과 관련해 “(내가 Fed 의장으로 재직시) 버블(2001년 닷컴버블)을 예상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면서도 “여러 지표 등을 동원하더라도 버블을 예측하기는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탐욕 공포 등과 같은 시장참여자들의 동물적 본능이 어떻게 확산될지 분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낙관론에 휩싸여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면서 시장에 뛰어들 때 거품이 터졌다”며 “이는 과거 주식시장뿐 아니라 상품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버블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수많은 금융규제 방안을 담고 있는 도드-프랭크법(볼커룰)이 시행되더라도 자산버블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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