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임기말 방통위 상임위원 5명…3월까지 '규제 공백기' 될 듯
'100만원 보조금폰' 등장
하루 번호이동 7만여건…방통위 과열기준의 3배
거취 불투명하니…지난달도 '솜방망이 제재'
[ 전설리 기자 ]
연초 치열한 스마트폰 보조금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100만원 보조금폰’이 등장하고, 하루 번호이동 건수가 7만건을 넘어서는 등 이상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 불과 3주 전 지나친 보조금 경쟁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받은 통신 3사가 더 치열한 전쟁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오는 3월25일 임기가 끝나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약화)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루 7만건 넘는 이상 과열
지난달 27일 방통위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역대 최대 규모인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불법 보조금 경쟁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후 보조금 전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졌다.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3만7882건을 기록했다. 15일엔 하루 번호이동 건수가 7만3749건에 달했다. 방통위가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는 2만4000건의 3배 이상에 이르는 규모다.
14~15일엔 ‘100만원 보조금폰’이 나왔다. 스마트폰에 100만원 가까운 보조금을 투입했단 의미다.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출고가 95만4800원)와 갤럭시노트2(84만7000원)에 각각 99만원, 80만원의 보조금이 붙었다.
◆방통위원 레임덕 영향
업계는 최근 스마트폰 보조금 경쟁 과열의 원인을 규제 칼자루를 쥔 방통위원들의 레임덕에서 찾고 있다.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과 김충식 부위원장, 홍성규·김대희·양문석 상임위원 등 방통위원 5명은 전원 오는 3월25일 임기가 끝난다. 조기 사임한 이계철 전 위원장의 잔여임기를 물려 받아 취임한 지 1년이 채 안된 이 위원장은 연임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나머지 위원들은 연임이 불투명하다.
업계는 임기가 끝나는 방통위원들이 자신의 거취 때문에라도 손에 피를 묻히는 규제를 하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레임덕은 방통위원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지난달 27일 보조금 제재 때 방통위원들은 통신 3사에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 방통위는 당초 시장 과열을 주도한 통신사에 단독 영업정지 처벌을 내리기로 했으나 하지 않았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방통위의 솜방망이 조치를 시장은 방통위원들의 레임덕 시그널로 읽었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스스로 권위를 상실해 시장 과열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양 위원은 지난달 27일 제재 때 “샘플 불안정성, 적은 조사요원 등 조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 방통위가 스스로 권위를 깎아내렸다”며 “다음 번 제재 때 통신사들에 조사 결과에 반발할 근거와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갈등
국회에 계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둘러싼 제조사와 통신사 갈등도 시장 과열의 배경이다. 최근 시장 과열을 둘러싸고 단통법에 반대하는 제조사와 찬성하는 통신사 간 ‘네 탓 공방’이 벌어졌다. 규제 공백기를 틈타 시장 과열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통신사는 가입자 확보에, 제조사는 단말기 재고 소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LG전자 단말기에 보조금을 주자 삼성전자가 반발해 SK텔레콤 KT에 장려금을 투입했다”며 “제조사 간 싸움이 보조금 과열 경쟁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제조업체 관계자는 “통신사가 보조금 과열 경쟁의 원인을 제조사로 돌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통과시키는 데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맞받았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100만원 보조금폰' 등장
하루 번호이동 7만여건…방통위 과열기준의 3배
거취 불투명하니…지난달도 '솜방망이 제재'
[ 전설리 기자 ]
연초 치열한 스마트폰 보조금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100만원 보조금폰’이 등장하고, 하루 번호이동 건수가 7만건을 넘어서는 등 이상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 불과 3주 전 지나친 보조금 경쟁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받은 통신 3사가 더 치열한 전쟁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오는 3월25일 임기가 끝나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약화)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루 7만건 넘는 이상 과열
지난달 27일 방통위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역대 최대 규모인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불법 보조금 경쟁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후 보조금 전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졌다.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3만7882건을 기록했다. 15일엔 하루 번호이동 건수가 7만3749건에 달했다. 방통위가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는 2만4000건의 3배 이상에 이르는 규모다.
14~15일엔 ‘100만원 보조금폰’이 나왔다. 스마트폰에 100만원 가까운 보조금을 투입했단 의미다.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출고가 95만4800원)와 갤럭시노트2(84만7000원)에 각각 99만원, 80만원의 보조금이 붙었다.
◆방통위원 레임덕 영향
업계는 최근 스마트폰 보조금 경쟁 과열의 원인을 규제 칼자루를 쥔 방통위원들의 레임덕에서 찾고 있다.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과 김충식 부위원장, 홍성규·김대희·양문석 상임위원 등 방통위원 5명은 전원 오는 3월25일 임기가 끝난다. 조기 사임한 이계철 전 위원장의 잔여임기를 물려 받아 취임한 지 1년이 채 안된 이 위원장은 연임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나머지 위원들은 연임이 불투명하다.
업계는 임기가 끝나는 방통위원들이 자신의 거취 때문에라도 손에 피를 묻히는 규제를 하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레임덕은 방통위원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지난달 27일 보조금 제재 때 방통위원들은 통신 3사에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 방통위는 당초 시장 과열을 주도한 통신사에 단독 영업정지 처벌을 내리기로 했으나 하지 않았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방통위의 솜방망이 조치를 시장은 방통위원들의 레임덕 시그널로 읽었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스스로 권위를 상실해 시장 과열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양 위원은 지난달 27일 제재 때 “샘플 불안정성, 적은 조사요원 등 조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 방통위가 스스로 권위를 깎아내렸다”며 “다음 번 제재 때 통신사들에 조사 결과에 반발할 근거와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갈등
국회에 계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둘러싼 제조사와 통신사 갈등도 시장 과열의 배경이다. 최근 시장 과열을 둘러싸고 단통법에 반대하는 제조사와 찬성하는 통신사 간 ‘네 탓 공방’이 벌어졌다. 규제 공백기를 틈타 시장 과열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통신사는 가입자 확보에, 제조사는 단말기 재고 소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LG전자 단말기에 보조금을 주자 삼성전자가 반발해 SK텔레콤 KT에 장려금을 투입했다”며 “제조사 간 싸움이 보조금 과열 경쟁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제조업체 관계자는 “통신사가 보조금 과열 경쟁의 원인을 제조사로 돌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통과시키는 데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맞받았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