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분열 넘어 화해하려면 나부터 죽어야죠"

입력 2014-01-16 20:58   수정 2014-01-17 03:49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인터뷰


[ 서화동 / 박상익 기자 ] “하느님 앞에 네 편, 내 편이 어디 있나요. 모두가 형제인데…. 형제를 위해 생명까지 내놓으신 예수님의 형제성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사진)은 16일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명동의 주교관으로 종교담당 기자단을 초청한 자리에서다. 염 추기경은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화해를 이룰 방법으로 “우선 나부터 죽어야 한다”며 “남에게는 그렇게 살라면서 자신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절대자인 하느님을 부정하면 더 인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스스로 하느님이 되겠다고 할 때 인간은 인간답지 않고 괴물로 변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화(化)하는 것과는 다르죠.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야 그분의 사랑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데 유혹에 넘어가 버리면 결코 더 인간답게 살 수가 없는 거죠.”

염 추기경은 지난해 서울대교구장 취임 때에도 그랬고 이번 추기경 임명 발표 직후에도 “흩어진 양들을 모으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그 뜻에 대해 염 추기경은 “하느님과 단절돼 흩어진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하느님께 끌고 가는 게 메시아의 사명이자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난 모든 사람들의 사명”이라며 “사람은 하느님과 멀어질수록 인간다워지는 게 아니라 괴물다워진다”고 설명했다.

“가령 가정에서 남자가 아내와 아이들에게 폭력적일 수 있는데 하느님이 원하시는 모습은 그게 아니라 끊임없이 희생하고 하나가 되고 같이 있어주는 겁니다. 그런데 많이들 이렇게 못 사는 것 같아요. 자기만족, 자기 웰빙만 추구해요.”

염 추기경은 ‘소통과 겸손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구 내 신부들이 면담을 원하면 언제라도 만나준다. 염 추기경에게 지도자의 올바른 리더십에 대해 묻자 ‘착한 목자론’을 폈다.

“추기경이란 말이 저 문의 돌쩌귀입니다. (문과 기둥이) 서로 잘 엮일 수 있도록 서로 연결해 주는…. 지역교회와 세계교회가 잘 연결되고, 교황과 교회공동체를 연결해 원활하게 되도록 해야죠.”

염 추기경은 동생인 염수완·염수의 신부와 함께 삼형제 사제로 유명하다. 추기경 임명 발표 후 “바로 밑의 동생(염수완)은 못 만났고, 그 밑의 동생은 잠깐 왔다 갔다”며 “바쁘니까 서로 지켜 주고 기도해 주며 각자 잘 사는 게 서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임명 후 첫 미사를 오는 19일 서울 갈현로의 노숙인 보호시설 ‘은평의 마을’에서 집전한다.

서화동/박상익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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