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양극화 심화…AA앞에서 '왕따' 당한 A

입력 2014-01-17 21:38   수정 2014-01-18 04:15

SK케미칼·태영건설 등 수요예측 미매각 속출
큰 손들 투자 등급 강화…AA급은 흥행 성공



[ 하헌형 기자 ] 동양그룹 법정관리 사태 이후 작년 말 불거진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새해에도 계속될 조짐이다. 신용등급 AA급 이상인 우량 기업의 회사채에는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몰리는 반면 A급 이하 기업의 회사채는 시장 평가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준다는데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A0인 SK케미칼은 12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15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했다. 금리를 개별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SK케미칼의 회사채 금리 평균)보다 최대 0.03%포인트 얹어주겠다고 했는데, 650억원밖에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발행 예정액의 절반 가까이나 팔리지 않았다. SK케미칼은 금리를 원래 계획보다 최대 0.02%포인트 더 올려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국내 시공능력 17위인 태영건설(A0)은 지난 16일 만기 3년물 200억원, 4년물 300억원 등 총 500억원어치의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을 했는데, 채권을 사겠다고 한 기관투자가는 한 곳에 불과했다. 참여액도 300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200억원어치의 3년물은 사고 싶다는 수요자가 하나도 없었다.

이에 비해 신용등급 AA급 이상 기업들은 잇달아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AA0인 LG전자가 3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17일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발행 예정액의 두 배가 훌쩍 넘는 8000억원의 기관 자금이 몰렸다. LG전자는 수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발행액을 최대 500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 외에도 이달 들어 이마트(AA+), (주)GS(AA0), 현대제철(AA0) 등 AA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벌인 수요예측에 발행 예정액보다 두 배 넘는 수요가 몰렸다. 이들 기업도 회사채 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1000억~1900억원 증액했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작년 동양사태 이후 보험·자산운용사 등 채권시장의 ‘큰손’들이 회사채 투자적정등급을 A급에서 AA급으로 강화하면서 A급 회사채를 거의 사지 않고 있다”며 “금리 0.03%포인트를 더 준다고 해도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등급 AA- 회사채와 A0 회사채 간 금리 격차는 15일 현재 0.51%포인트에 이른다. 작년 1월 초 0.32%포인트에서 크게 확대됐다.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구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올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프리미엄 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올초 채권 전문가 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52.3%가 “올해 회사채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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