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찾은 서울 청담동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지점. 입구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조형물과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쪽 벽을 채우고 있는 책장을 따라 들어가자 콘솔 게임기들이 설치된 게임룸이 나타났다. 아래층에는 책상이, 윗층에는 침대가 있는 복층형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신발을 벗은 채 업무를 보고 있었다. 바로 옆 감각적인 조명과 와인바가 있는 카페도 시선을 끌었다. 최근 이 곳에선 고객 초청 와인시음회가 열렸다. 고객과의 유대감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전병국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지점 상무는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 높은 수익을 내려는 증권사간 능력엔 큰 차이가 없다" 며 "우리 지점만의 경쟁력을 찾기 위해 '공간'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 공간 혁신으로 차별화 …고객 자산 규모 1위
청담점의 고객 자산은 지난해 3조 원을 돌파했다. 하나대투증권 전국 영업점 가운데 1위다.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적 특성도 있지만 지점 공간 혁신의 힘이 컸다. 일종의 생존 전략이었다.
증시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문을 닫는 영업점들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청담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부터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생존 활로를 찾았다. '슬로우 뱅크(Slow Bank)' 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슬로우 뱅크란 복잡한 금융 업무만 하는 공간에서 여유롭게 쉬고 즐기는 곳으로 탈바꿈하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기존 증권사 영업점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어색해 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았다. 배승호 대리는 "진중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점점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끌리는 고객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청담점의 고객 자산액은 2008년 3000억 원 대에서 2010년 1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 공간을 넘어 '콘텐츠'로 승부
배 대리는 "다른 지점에도 고객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 며 "고객과 직원이 단순히 함께 차를 마시는 것 이상의 무엇을 할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별한 공간에서 의미있는 활동으로 고객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면 자연스럽게 영업 수익 증가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전병국 상무는 "인터넷, 모바일 등 증권 거래 채널이 증가해 지점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 라면서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 머물고 싶은 공간,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공간으로 계속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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