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메탈은 SPC대신 개별 매각 추진
[ 김현석 / 이상은 기자 ] “동부는 위기에 강하다. 재무적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17~18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 인재개발원에 전 임원을 모아놓고 개최한 새해 워크숍에서 이같이 말했다. 동부는 지난해 11월 유동성 문제가 제기되자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 등을 포함한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놨다.
김 회장은 먼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규정했다. 하지만 “위기가 닥쳐도 매각할 자산이 있고 임직원의 결연한 의지가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무적 문제는 자산 매각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사업 측면에서 회사 내부의 역량이 뒷받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별로 내부 역량을 모아 최고 품질과 최저 원가 실현 등 핵심 과제들을 조속히 해결하는 데 노력해 달라는 당부다.
김 회장은 “기업은 어려운 때일수록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더 열심히 일하는 게 투자”라며 “특단의 노력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80년대 초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을 인수한 뒤 뒤늦게 수천억원의 부실이 드러난 일, 1990년대 말 5조원가량의 각종 투자를 진행하다가 외환위기를 맞은 일 등 동부그룹이 헤쳐나온 과거 위기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동부는 숱한 위기를 하나하나 극복해왔다. 도전의식이 강하고,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그룹”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1969년 미륭건설 창업을 시작으로 재계 17위인 동부를 일궜다. 1944년생으로 칠순을 넘겼지만 매일 출근하며 경영을 챙기고 있다. 그는 “지난 45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고민하면 문제가 풀리고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며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방법을 찾으면서 각사의 핵심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한편 산업은행과 동부는 매각하기로 한 자산 가운데 동부하이텍과 동부하이텍이 소유한 동부메탈 지분(31.28%)을 특수목적회사(SPC)에 편입하지 않고 개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수자를 빨리 찾을 수 있다면 굳이 SPC에 넣어 매각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단 3월까지 동부하이텍 및 메탈에 대한 개별 매각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석/이상은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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