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가 죄악이냐…전쟁 한다는 각오로 서비스산업 개혁해야"

입력 2014-01-19 21:42  

윤증현 前 기재부 장관의 소신…정부·정치권 작심 비판

'의료·교육이 어떻게 산업이냐'는 士農工商식 사고에 젖어 발전 못해
삼성전자 같은 병원 나와야

저성장 탈출 등 정부가 전혀 역할 못해…"통일은 대박" 표현은 환상만 심어줘



[ 이심기 기자 ] “서비스산업 개혁은 정부가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혁명보다 어려운 게 개혁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정치권의 무능과 정부의 무사안일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18일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한국 경제의 현실과 미래’ 주제의 특별강연에서다. ‘21세기 분당포럼’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윤 전 장관은 1시간30여분간 직설적인 화법으로 본인의 소신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사단법인인 분당포럼은 1999년 발족한 지역포럼으로 이영해 한양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다.

○기득권에 가로막힌 서비스산업

윤 전 장관은 “정부가 업어준다고 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말로 정부의 쇼맨십을 꼬집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새만금산업단지를 방문,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기업주를 업어준 것을 빗댄 것이다. 저성장 탈출과 잠재성장률 제고, 일자리 부족 등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분야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고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데 정부가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윤 전 장관은 보건·의료, 교육, 관광 등 서비스산업 발전이 기득권에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의료와 교육이 어떻게 산업이냐’는 사농공상(士農工商)식 사고에 젖어 있고, 의료 민영화가 되면 맹장수술을 받는 데 1500만원이 든다는 식의 괴담이 판치는데도 정부가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형병원 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만 5000개가 넘는다”며 “의료 분야에서도 ‘제2의 삼성전자’ 같은 병원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년 전에 만들어진 법규에 막혀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에 서울시내에서 번듯한 호텔조차 짓지 못하는 현실도 개탄했다. 그는 “고급 호텔은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문화센터”라며 “언제까지 학교 인근에는 고급 호텔조차 지을 수 없도록 할 것이냐”고 질타했다.

공공부문 개혁에 대해서도 정부의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가 서비스 가격을 낮추고 국민의 세금 부담도 줄인다”며 “민영화가 죄악이냐”고 반문했다. 또 “공공노조의 파업 위협에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다음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떠넘긴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에도 “통일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나 과정은 생략한 채 환상만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진적 정치, 막대한 비용 유발

윤 전 장관은 정치와 관련, “한국에서 가장 뒤떨어진 분야”라며 “정치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분양가 상한제 등 과거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됐을 때 도입한 규제가 10년 넘게 국회 벽을 넘지 못하는 등 정치권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번번이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에 대해서도 “정부가 원칙을 갖고 비교적 잘 대응해 왔는데 마지막에 난데없이 정치권이 끼어들어 도루묵을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공공부문 개혁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철도노조 파업 사태가 정치권의 섣부른 개입으로 성과 없이 끝났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부에서는 한국의 정치 체제를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수준까지 정치의 고비용 구조를 용인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해외에서 보는 한국과 안에서 보는 한국은 전혀 딴판”이라며 위기의식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개방과 경쟁을 통해 사회 각 부문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는 기득권의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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