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명예회복'과 '반성부터' 사이

입력 2014-01-20 20:34   수정 2014-01-21 05:06

하영춘 금융부장 hayoung@hankyung.com


한동우 당시 신한생명 부회장은 이른바 ‘신한사태’를 보면서 안타깝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분노도 치솟았을 것이다. 권력에 눈이 먼 상사(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와 동료(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후배(이백순 신한은행장)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도 없었을 것 같다. 2010년 9월 터진 ‘신한사태’로 신한 브랜드가 무너져 내리는 것에 비례해 분노와 원망은 더 커졌을 게 분명하다.

신한사태가 터진 지 7개월 만인 2011년 3월 그는 신한금융 회장이 됐다. 그후 신한사태 후유증을 털어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신한사태를 둘러싼 재판이 3년여 동안 진행되면서 신한사태 뒷얘기는 툭하면 언론에 언급됐다.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 올리려던 그의 노력도 제동이 걸렸다. 마침내 지난달 말 2심 재판이 끝났다. 그의 연임(임기 3년)도 확정됐다. 과거를 털어내고 도약할 수 있는 호기라고 여겼을 법하다. 그런데 신 전 사장이 난데없이 ‘원상회복(복직)’을 들고 나왔다.

한동우 회장 "신 前사장은 당사자"

“신한사태 모든 당사자들은 더욱 겸허해지고 반성해야 한다”(지난 9일 한동우 회장 기자간담회)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신 전 사장만을 겨냥한 건 아니었다. 3명 다 신한의 브랜드를 깎아내린 장본인이니 자중자애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신 전 사장은 이런 논리를 수긍할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고소를 당했으니 말 그대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었다. 2심 재판부조차 “고소의 경위나 의도에 석연치 않은 사정이 엿보이고 고소 내용도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말할 정도였다. 누구보다 주위 사람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자신으로 인해 직원들이 고통받는 것을 힘들어 했다. 그는 3년여의 법정 다툼 끝에 2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은행 임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자격도 회복했다. 은행 측이 제기했던 배임과 횡령은 1심부터 무죄였다.

신 전 사장은 2심 판결이 나왔을 때만해도 복직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은행이 자신과 관련된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해 주면 된다는 태도였다. 그가 태도를 바꾼 것은 2심 판결 다음날 있었던 임원 인사였다.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던 직원은 물을 먹고, 반대편에 섰던 직원들은 승진하자 그는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신상훈 前사장 "나는 피해자"

그래서 나온 게 ‘원상회복(복직)’과 ‘진상규명’이었다. 그는 “단 하루만이라도 복귀해 퇴임사를 하고 물러나고 싶다”고 했다. 피해자인 만큼 명예회복을 해달라는 거였다.

두 사람의 입장은 이처럼 천양지차다. 한쪽은 ‘신한사태의 당사자’라고 규정하고 다른 한쪽은 ‘신한사태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니, 간극이 좁혀질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식이라면 신한사태가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2008년 11월 이한주 광주고법 부장판사는 전두환 정권시절 대표적 공안사건인 오송회 사건에 대한 재심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그동안 억울한 옥살이로 인한 고통에 대해 법원을 대신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오송회 사건의 당사자도, 가해자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스스로 사과한 것은 존속하는 법원의 또 다른 대표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존속할 법인인 신한금융에도 이런 논리를 적용한다면 무리일까.

하영춘 금융부장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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