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법안 '최종관문' 규개위, 졸속심사 논란

입력 2014-01-20 21:04   수정 2014-01-21 03:44

지난해 13%만 심사…나머지는 바로 통과
"인력 부족 … 국조실 의견 따를 수밖에 없다"



[ 김주완 기자 ]
입법예고가 끝난 뒤 국무회의 상정 직전에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 보고된 규제법안 10개 중 9개는 사실상 심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 직속 규개위의 이 같은 ‘졸속 심사’ 관행을 방치할 경우 박근혜 정부가 경제 활성화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규제 철폐도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온라인 투표로 심사 대상 결정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규개위에 상정된 1204건의 규제법안 가운데 1041건(86.5%)은 서면 심사와 온라인 투표를 통해 비(非)중요 규제로 분류돼 원안 그대로 법제처에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르면 규개위는 예비심사에서 중요 규제와 비중요 규제로 나눈 뒤 중요 규제에 대해서만 해당 부처와의 토론 및 별도 심사 등을 거쳐 규제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고 있다.

문제는 매년 중요 규제 채택 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분류 절차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총 심사 규제 건수 대비 중요 규제 비율은 2010년 30.8%, 2011년 20.8%, 2012년 11.1% 등으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규개위가 정부 내 규제 심사의 최종 관문인데도 스스로 심사 대상을 좁혀가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규개위원들이 중요-비중요 여부를 온라인 투표(위원 20명의 과반 의결)로 결정할 때 국무조정실에서 1차로 검토한 의견에 절대 의존한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국무조정실은 소수 인원으로 이뤄진 규개위가 모든 법령을 꼼꼼히 따지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규제의 중요성 여부를 명시한 별도의 검토보고서를 해당 법안과 함께 규개위에 제출하고 있다.

전직 규개위원 출신 인사는 “사실상 모든 법령을 검토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국무조정실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국무조정실이 심사에 관여할 권한은 없다.

◆“심사 기준도 공개해야”

이 과정에서 비중요 규제로 분류돼 규개위를 통과한 법안 중 상당수가 최근 과도한 규제로 논란을 빚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10월 개정한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 시행규칙’이 대표적이다. 이 법령은 실내 건축자재의 화학물질 방출 허용 기준을 높여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의 10% 정도를 퇴출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영세 건축자재 업체들은 단기간에 기준치를 과도하게 강화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환경부는 입법예고 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아직 재개정 움직임은 없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위원들이 사소한 안건까지 일일이 들여다볼 필요는 없겠지만 규제 범위와 강도에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는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외부에 중요-비중요에 대한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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