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금융권력' 사모펀드] KKR '캡스톤 비밀과외'…오비맥주 '몸값' 5년새 3배로 높였다

입력 2014-01-20 21:44   수정 2014-01-21 19:51

'新금융권력' 사모펀드 (2) PEF 대박 '神의 한수'는 뭔가

오비 '철저한 시장분석'
시설투자 뭉칫돈…1위 탈환 성공

토종 PEF는 희비 갈려
에스씨디 '삼성式 고효율' 적중



[ 조진형/이유정 기자 ]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벨기에의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되사갈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예상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AB인베브가 20일 58억달러(약 6조1694억원)에 재인수하겠다고 발표하자 인수합병(M&A) 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5년 전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팔았던 금액 18억달러의 3.2배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2년 전쯤 롯데그룹과 오리온그룹은 오비맥주를 인수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비싸다고 거절했다. 당시 제안 가격은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PEF 혁신 DNA가 오비맥주 변신

KKR과 AEP는 지난 5년간 받은 배당금(약 7100억원)을 포함해 인수금액의 2.6배를 수익으로 확정하게 됐다. 외국 기업 간 거래로 ‘먹튀 논란’의 대상은 아니지만 거래차익에 대한 세금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KKR과 AEP가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것은 만년 2등 신세였던 오비맥주의 기업가치를 몰라보게 높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AB인베브도 오비맥주를 외환위기 직후 두산으로부터 인수해 12년여간 경영했지만 맥주시장 1위 탈환에는 실패했다. 카를로스 브티토 AB인베브 대표는 “오비맥주 경영진이 지난 몇 년간 오비맥주를 선두주자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PEF업계의 상징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 떠오른 오비맥주의 매각가격은 철저하게 연간 이익을 기준으로 평가됐다. PEF의 인수가격(18억달러)과 매각가격(58억달러) 모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11배 수준에 결정됐다. 하이트에 밀려 있던 국내 시장점유율을 40% 안팎에서 60%대로 높이는 동시에 회사 이익을 2배가량 끌어올린 ‘기업가치 혁신’으로 얻어낸 결과다.

주목되는 것은 이런 혁신이 인력 구조조정 없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철저한 분석과 실행 능력을 앞세운 ‘캡스톤’ 경영기법에 성공 비밀이 숨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캡스톤은 100명 이상의 C-레벨(CEO, CFO 등 경영인 출신)급 경영전문가들로 이뤄진 KKR만의 사내컨설팅 조직이다. 이들은 비용절감에 치우친 경영전략이 도매상과 조직원들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PEF는 비용절감 대신 투자를 대폭 늘렸다. 2010년부터 매년 기존 공장 라인 증설에 500억원가량을 투입하는 등 시설에만 2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연간 생산능력(CAPA)은 작년 말 1억4000만상자(1상자=500㎖ 20병)로 2009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영업마케팅 비용도 종전보다 30~40% 늘렸다.

PEF의 강력한 혁신전략으로 높아진 기업가치는 고스란히 시장가격에 반영된다. AEP는 오비맥주에 앞서 2007년 하이마트를 유진그룹에 넘기면서 인수 2년 만에 1조원가량 차익을 냈다. 2010년엔 더페이스샵을 LG생활건강에 매각해 투자원금의 5배가량 수익을 냈다. 더페이스샵의 외형과 수익을 각각 4배 이상 키워 높은 가격에 팔았다.

◆평가 엇갈리는 토종 PEF

화려한 외국계 PEF의 성공신화에 비하면 토종 PEF 상당수는 아직 확실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buyout)보다는 대출 성격의 지분 투자에 치중해 ‘무늬만 경영 참여’인 경우가 대다수인 탓이다.

국내 최대 PEF MBK파트너스조차 기업가치 제고 역량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씨앤엠 두산테크팩 HK저축은행 등을 잇따라 인수했지만 아직 투자회수를 하지 못했다. 유피케미칼(우리PE·대우증권PE) 아이리버(보고펀드) 등 경영권을 인수했다가 고전하는 PEF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적극적인 곳도 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스카이레이크가 주목을 받는다. 정보기술(IT) 기업 인수에 특화된 스카이레이크는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 전 장관의 ‘삼성 방식’ 경영 전략을 구사한다.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인수 직후 연구개발(R&D)센터를 만들고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법을 적용한다. 코스닥 IT 부품업체 에스씨디 인수 후 매각이 대표적이다.

중장기 성장전략을 갖고 기업 인수에 나서는 사례도 눈에 띄고 있다. IMM PE는 커피전문점 할리스를 인수한 뒤 올해 100개 직영점을 개설하기 위해 300억원을 투자했다.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을 인수한 직후 추가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400억원을 증자했다. 송인준 IMM 대표는 “PEF도 중장기적으로 생산설비를 확대하거나 추가적인 M&A에 나서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이유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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