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카드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등에 대해 현지에서 '원격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방문지인 스위스에 체류 중인 박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금융정보 유출과 관련 "유출 경로를 철저히 조사, 파악토록 하고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할 것"이라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토록 하라"고 당부했다. AI 확산에 대해서는 철새 이동경로를 파악, 방역대책을 철저히 세울 것을 지시했다.
두 사안 모두 대통령이 지켜야 할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순방 도중에도 철저한 대책 마련 등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특히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한 뒤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부터 열린 공식환영식에 참석하기 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은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이같은 사실을 청와대가 공식 공개한 이유 역시 박 대통령이 이들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비록 민간 카드회사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들을 감독해야 할 정부의 금융감독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게 아니냐는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배경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간에는 지난해 동양 사태에 이어 올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칫 '2차 피해' 등 상황 전개에 따라 정부의 능력에 의구심이 커지면서 민심이 악화할 여지가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엄정한 처벌과 특단의 대책 마련 의지를 표명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집권 첫해 해외 순방에서 나름의 성과를 얻고도 귀국 직후부터 만만치 않은 국내 현안에 부딪히면서 국정운영에 부담을 느껴야 했던 '뼈아픈 기억'이 학습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해외순방 기간에도 현안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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