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영업달인 장인수, 오비맥주 신화됐다

입력 2014-01-21 21:29  

카스 앞세워 업계 1위 탈환…회사 가치 4년새 3배로

밀어내기 관행 철폐…'카스처럼' 유행시켜 약진
사장 취임 후에도 영업본부장 명함 갖고다녀
바뀐 대주주 AB인베브 "장 사장 체제 유지"



[ 최만수 기자 ]
오비맥주가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벨기에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에 다시 인수됐다. AB인베브는 2009년 7월 18억달러를 받고 오비맥주를 사모펀드(KKR·어피니티)에 팔았다가 지난 20일 58억달러를 주고 되사기로 했다.

오비맥주의 몸값이 4년 반 만에 세 배 이상으로 뛴 것은 ‘고신영달(고졸신화·영업달인)’로 불리는 장인수 사장(59·사진)이 오비맥주를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장 사장은 특유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카스’를 국내 대표 맥주로 키우는 등 2위에 머물던 오비맥주를 1위로 끌어올렸다.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최고경영자(CEO)도 “오비맥주 경영진은 지난 몇 년간 회사를 업계 선두 주자로 성장시키는 큰 성과를 이뤘다”며 장 사장을 높이 평가했다. AB인베브는 장 사장에게 오비맥주 경영을 계속 맡기기로 했다.

그는 대경상고(현 대경정보산업고)를 졸업한 뒤 1980년 진로에 입사, 30년 가까이 진로(2005년 이후 하이트진로)에서 영업현장을 누볐다.

‘정치 깡패’로 불리던 유지광의 주류 도매상을 담당하기도 하고 ‘참이슬’의 성공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장 사장은 2010년 1월 경쟁 회사인 오비맥주의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오비맥주는 업계 2등이었다. 영업사원들은 월말이면 출고 실적을 부풀리느라 간판 제품인 카스를 도매상 창고에 쌓아두는 ‘밀어내기식 영업’에 매달렸다. 이로 인해 유통기간이 3~6개월로 길어졌다.

카스는 장 사장이 진로에서 일할 때 처음 선보인 진로 제품(이후 카스를 만들던 진로쿠어스가 오비맥주에 합병)이었다. 장 사장은 “비열처리 맥주인 카스는 채소와 같은 신선 식품”이라며 “잘못된 영업 관행을 바로잡을 테니 6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대주주를 설득했다. 그는 월말 출고를 줄이고 월초 출고를 대거 늘렸다.

직원들에게도 밀어내기를 중단하고 공장에서 막 출고된 제품을 바로 공급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처음엔 카스 점유율이 더 떨어졌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면서 점유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카스의 시원한 맛을 소비자가 높게 평가한 것이다. 요즘 카스는 출고 1개월 이내 제품이 대다수다.

장 사장은 더불어 ‘카스처럼’(카스와 ‘처음처럼’을 섞은 폭탄주)이라는 말을 영업사원들을 통해 유행시켰다.

그 결과 카스 점유율은 2009년 35.2%에서 2011년 42% 이상으로 치솟았고, 2013년 1분기엔 50.5%까지 높아졌다. 소비자가 마시는 맥주 두 병 중 한 병은 카스인 셈이다.

오비맥주가 2011년 하이트맥주를 15년 만에 제치고 선두를 탈환한 데는 카스를 살린 장 사장이 일등공신이었다. 그는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고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2012년 6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영업맨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사장이 된 뒤에도 ‘영업본부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장 사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상반기에 ‘유통 공룡’인 롯데그룹이 맥주시장에 뛰어든다. 하이트진로도 박문덕 회장이 나서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맥주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내걸었다.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아시아지역 전초기지로 삼겠다고 밝힌 만큼 해외시장 공략도 장 사장의 롱런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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