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公私건강보험의 연계 논의 필요하다

입력 2014-01-22 20:29   수정 2014-01-23 04:50

"민영화괴담에 갇혀버린 의료산업
10조원 민영보험 영역에 주목하고
글로벌헬스케어 시장선점 지원을"

정기택 <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 ktjung@khu.ac.kr >



지난달 13일 정부가 무역투자진흥회의 주요 내용으로 의료법인의 자회사와 원격의료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의료민영화 괴담이 다시 전국을 뒤덮었다. 주요 내용은 의료비가 지금보다 수십 배 올라서 제왕절개도 못하게 될 것이라는 ‘진료비 폭탄’과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붕괴되고 민영건강보험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보험 민영화’ 두 가지다.

그러나 두 주장 모두 정부가 해명한 바와 같이 보장성 확대 정책과 영리법인 불허라는 정책기조를 고려할 때, 터무니없는 얘기이다. 특히, 정부 건강보험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작년에 2조8000억원의 흑자를 남겼고,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를 충실히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의료비 본인부담은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보험업계도 민영건강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국민건강보험의 민영화’ 괴담은 이제 용도폐기돼야 한다.

사실 거의 빈사상태였던 의료민영화 괴담이 다시 살아난 데는 의사협회의 책임이 있다. 의료민영화 괴담의 주축이 됐던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한국의 의료발전이나 국민복지에 기여한 게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냉정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주도했던 노무현 정부의 ‘공공병상 30% 증설’은 진주의료원과 같은 부실 공공병원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남겼다.

의료민영화 프레임에 갇힌 지난 5년간, 정부의 의료선진화 정책은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경제특구에 초일류 병원 유치, 부실 의료법인 합병 및 채권발행 허용으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병원들의 숨통을 틔워 주려던 정책들이 줄줄이 폐기되거나 여전히 국회에서 입법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공무원과 정치인들도 의료민영화와 연루되는 것을 꺼려, 민영건강보험과 관련된 정책은 후순위로 밀리곤 했다. 그 사이에 국민의 78%가 민영건강보험에 가입했고, 매년 10조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사 양측으로부터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 논의의 핵심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10조원이나 되는 이 민영건강보험과 50조원 규모의 국민건강보험을 어떻게 잘 연계할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민영화 괴담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찾아 노력한 분야가 바로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수출을 포괄하는 글로벌헬스케어다. 한국은 해마다 20여만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병원 및 건강보험제도 수출로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기 위해 다수의 병원과 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이 헌신하고 있다. 한국의 전략을 모방한 일본의 추격은 무서울 정도다. 일본은 총리가 주축이 된 범부처 민관협력을 통해 건강보험-의료서비스-의료기기 패키지를 개발하고, 정부 간 협상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09년 의료법을 개정, 해외환자 유치·알선을 허용했다. 당시 핵심 개정 내용 중 하나는 우리가 동아시아의 의료수출 강국이 되기 위해, 해외 보험사와 국내 보험사가 연계할 수 있도록 환자 유치알선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야당의 일부 의원들이 의료민영화 괴담을 퍼뜨리며 국내 보험사는 유치알선 주체에서 배제하고 해외 보험사만 허용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법 개정을 하고야 말았다. 이것이 바로 의료민영화 괴담이 한국 의료계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정부안대로 법 개정이 됐다면 한국은 일본보다 4년이나 앞설 수 있었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세계 7위인 우리 보험산업의 저력을 활용하고, 그간의 기획과 시장개척 경험을 살려 글로벌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기택 <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 ktjung@kh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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