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재발견 上] LG전자가 달라'G'고 있다…'속도·혁신성'으로 무서운 변신

입력 2014-01-23 14:28   수정 2014-01-23 16:51

LG전자 '모바일' 부활 신호탄의 증거들…소비자 가치 반영한 혁신 '살아있G'
LG그룹 자존심 'G'로 재도전…올해 글로벌 점유율 '상승세' 3위 굳히기
올해 3분기, '보급+고급형' 전략으로 무선사업부문 실적 '흑자 전환' 전망



LG전자가 달라졌다. IT(정보기술)업체 기술력 잣대인 스마트폰과 모바일 부문에서 특히 그렇다. 2009년 '아이폰 혁명' 당시 미온적 대처로 존망의 위기까지 몰렸던 LG전자에 새로운 기운이 움트고 있다. LG전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도 싹 달라졌다. LG전자 변화의 핵심은 무엇이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어디까지일지 2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 김민성 기자 ] 회사원 김모 씨(35·여)는 삼성전자 '갤럭시S3'를 쓰다가 2개월 전 LG전자 'G2'로 갈아탔다. 삼성 스마트폰만 3년 넘게 써온 터였다. 아이폰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도 삼성만 썼다. 익숙한 사용성도 한 몫했지만 LG 등 여타 국산은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위 동료들이 쓰는 G2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먼저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얇은 테두리(베젤)에 그립감이 맘에 들었다. 화면도 5.2인치로 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같은 제품에서처럼 동영상을 시원하게 보기 좋았다. '노크', '게스트 모드', '모션 콜' 등 특화된 사용자 환경(UX)도 실용성이 좋았다. "LG도 충분히 쓸만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와 같이 최근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G2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 스마프폰이지만 국내 출시 5개월 만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보조금 축소 등으로 위축된 가운데 거둔 성과라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 시장에서는 누적 300만대 판매고를 넘었다.

올해 LG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글로벌 3위 자리를 회복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동안 자국 시장 등에 엎고 저가 스마트폰 공세를 펼쳐온 중국 업체들에 내줬던 자기 자리였다.

시장 트렌드 대응 속도도 빨라졌다. 헌 옷 '옵티머스'를 버리고 갈아입은 'G' 시리즈는 기술력(스펙) 및 UX 면에서 호평받았다. 구글 레퍼런스폰 '넥서스5' 출시로 구글의 차세대 모바일 기술을 안정적으로 디바이스에 녹여내는 파트너로 입지도 굳혔다.

차세대 아이템인 커브드(곡면)폰 시장에서는 'G플렉스'를 선도적으로 출시, '세계 최초 상하 곡면폰' '세계 최초 곡면 배터리' 탑재 등 최초 타이틀도 따냈다.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삼성 '갤럭시 기어', 소니 '스마트 워치'에 한발 늦었지만 기능성에서는 헬스케어에 선택·집중한 '라이프밴드 터치'도 최근 공개했다.

LG전자의 부활은 영업이익 증가세로도 확인된다. 2011년 3160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신제품군을 늘린 이듬해 1조 1136억원으로 뛰었다. 증권가에서는 G시리즈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 2654억원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삼성전자와 애플이 갤럭시와 아이폰을 앞세워 글로벌 점유율 및 기술 경쟁을 펼칠 때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회초리를 맞았던 LG전자였다. 그랬던 LG전자가 단언컨대, 달라지고 있다.

◆ LG전자 모바일 '흑역사'…한동안 '정신 못차렸G'


2009년 '아이폰 혁명'으로 스마트폰 전쟁이 촉발되면서 삼성은 애플과 스마트폰, 태블릿 등 인기 제품군에서 수년간 총성 없는 전쟁을 펼쳤다. 시장 선점은 애플에 내줬지만 아이폰에는 갤럭시S로, 아이패드에는 갤럭시탭으로 '패스트 팔로잉(fast following·추격 전략)'하면서 판도 변화를 호시탐탐 노렸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2012년 애플을 제치고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2010년 8.0%의 점유율로 노키아, 애플, 림(RIM)에 이어 4위였지만 갤럭시S와 '갤럭시 노트' 인기로 2년만에 글로벌 최초로 30% 점유율 고지를 찍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성과 싸운 3년간 LG는 누구와 경쟁 중인지 알 수 없을만큼 시장 대응이 한 발씩 늦었다. 2010년 6월 옵티머스Q를 시작으로 '옵티머스' 시리즈를 3년간 시장에 내놓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경쟁사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 판매고와 아이폰 아성에 압도당한 탓도 있었다. 하지만 핵심은 LG가 만든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만의 독창성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 안정성 및 속도감,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무엇하나 소비자 마음을 빼앗는 '엣지(Edge)'가 없었다. 오죽하면 LG '옵티머스'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영화 '트랜스포머'의 로보트 '옵티머스 프라임'을 먼저 떠올린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옵티머스를 과감히 버리는 결단을 단행했다. 근 4년간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키운 옵티머스 브랜드였다. 대신 LG 브랜드의 자존심 'G'를 전면에 내세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환골탈퇴를 주문한 구본무 LG 회장의 첫 이니셜 'G'로 정신 재무장에 나선 것 아니냐는 업계 시각도 있었다.

다행히 앞서 출시한 옵티머스G와 G 프로를 통해 하드웨어 기술 및 UX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시킨 상황이었다. 재기에 칼을 간 LG전자는 디자인 역량 및 UI, 기능성을 대폭 강화한 옵티머스가 아닌 G2를 지난해 8월 세상에 선보인다.

◆ LG 자존심 'G'로 재도전…스펙? 경쟁사에 '결코 뒤지지않G'


G2에는 'LG전자의 야심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디자인적으로 테두리(베젤) 두께는 2.65mm로 줄여 그립감을 개선했다. 화면도 5.2인치로 커 시원하고 곡면 올레드 디스플레이가 오목한 형태로 휘어져 사람 눈이 보는 형태와 가장 유사한 시청 환경도 갖췄다.

선명하고 화사한 화면 톤에 UI도 깔끔해졌다. 브라우저를 열어 인터넷을 하거나 앱을 구동해도 안정적이고 빨라졌다. 다양한 편의기능도 갖췄다. 잠금패턴을 달리해 하나의 스마트폰을 두 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스트 모드', 통화버튼을 누를 필요없이 스마트폰을 귀에 대는 동작만으로 통화가 시작되는 '모션 콜', 화면을 두번 톡톡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화면을 켜고 닫는 '노트' 기능도 편했다.

G2에 처음 탑재된 백버튼 사용성도 좋았다. 앞면과 옆면에 있던 전원·볼률버튼을 모두 뒤로 통합 배치해 한손 조작이 간편했다. 1300만 화소 후면 하이엔드급 카메라에는 '광학식 손떨림 보정'(OIS)기술이 적용됐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자주 듣는다는 점에 착안, CD수준의 음질(16bit, 44.1KHz)을 뛰어 넘어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원음 수준의 최고 음질(24bit, 192kHz)도 제공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속속들이 다 뜯어고친 셈이었다. LG전자는 G2를 '사람을 위한 혁신작'이라고 자평한다. 박종석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사업본부 부사장은 지난해 제품 공개 때 "소비자가 공감하는 혁신이 진정한 혁신" 이라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배우고 닮으려는 연구를 통해 탄생한 것이 G2"라고 규정한 바 있다.

◆ 글로벌 점유율 상승세 3위 굳히기…소비자 가치 반영한 혁신 '살아있G'

올해는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순항이 최대 관심사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1분기 LG전자 시장점유율을 5.9%로 예측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p 올라선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판매량은 6900만대로 이는 지난해 판매 예측량인 4700만대보다 2000만대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올해 글로벌 3위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전략 기종 G2에 이은 차기작 발표 및 구글 레퍼런스폰 '넥서스5', 곡면폰 'G플렉스' 등 스펙과 혁신성을 높인 라인업도 점유율 확대에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증권업계도 LG전자 스마트폰 성장세를 낙관하고 있다. 박원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브랜드 가치와 고객 충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가 올해 수익률 개선에 집중하다면 LG전자는 점유율 상승 뿐만 아니라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같은 흐름 속에 외국인과 기간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3개월 만에 주가 7만원 선을 회복했다.

소현철·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1일 분석보고서를 통해 LG전자가 올해 글로벌 3위를 굳힐 경우 영업이익이 1조 6000억대를 찍은 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2조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주가 9만원, 투자의견은 '매수' 유지로 낙관적이었다.

올해 3분기에는 무선사업부문 실적이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졌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에 G2 미니, L시리즈3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한 뒤 G2차기작인 G3 출시시기를 2분기 말로 앞당길 경우 고가-보급형 판매 시너지로 올 3분기에 휴대폰 부문은 흑자 전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는 시장 선도에 늦었던 과거 행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혁신 신제품 출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 제품이 세계 최대 상하 곡면폰인 G플렉스다. 세계 최대 크기의 스마트폰용 커브드 디스플레이 및 세계 최초 커브드 배터리, 셀프 힐링 백 커버, 플렉시블 프레임 등 미래지향적 하드웨어를 탑재했다. 'Q씨어터', '듀얼 윈도우', '페이스 디텍션 인디케이터' 등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구현한 제품이다.

이같은 혁신을 기반으로 LG전자는 기술과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경쟁업체와 비교해 스펙이나 사용성 면에서 결코 뒤지지않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대내·외 호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 초기 선발업체를 뒤?아가다보니 LG만의 강점과 차별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면서 "소비자 사용성을 치열하게 고민한 뒤 혁신에 반영하자는 기본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면서부터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소비자 신뢰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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