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상·하반기 분리 실시 추진…'수박 겉핥기 감사' 개선한다지만

입력 2014-01-23 20:48  

마구잡이식 기업인 증인 더 늘어날 수도

정부도 국감 준비 업무부담 증가 우려



[ 이정호 기자 ]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그동안 매년 정기국회 때 20일간 실시해온 국정감사를 올해부터 상·하반기로 분리, 연 2회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올해부터 국가재정법이 개정돼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일정이 앞당겨지는 만큼 국감을 상·하반기로 분리해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에 10일 정도, 하반기에 종합국감 10일 정도를 각각 진행하는 식으로 실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6월, 9월 두 차례로 나누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는 국회 일정에 맞춰 여야가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4월 국가재정법 개정으로 국감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예산안은 작년까지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10월2일)까지 국회에 제출됐지만, 법 개정으로 2016년부터는 30일(9월2일) 앞당겨진다. 정부 업무 부담을 감안해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10일(9월22일), 20일(9월12일)씩 빨라진다. 또 예산안 늑장처리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11월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끝내지 못하면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예산안 심사를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국감 시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하반기 국감 분리 시행으로 국감 효율성이 높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회 관계자는 “개별 상임위별로 짧은 기간 동안 수십 곳의 피감기관을 감사하다 보니 그동안 날카로운 정책 평가보다는 ‘예, 아니요’의 답변 요구와 공허한 호통만 가득한 국감이 진행돼왔다”며 “국감 분리 실시는 국감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피감 기관 급증과 무더기 기업인 증인 채택으로 ‘수박 겉핥기 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국감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여야의 설명이지만 현행 운용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단순히 국감을 두 차례 하게 되면 비효율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작년 국감에선 피감 기관이 사상 최대인 628개, 국감장에 불려온 기업인 증인만 256명에 달했다. 두 번으로 나누게 될 때 마구잡이식 기업인 증인 채택이 오히려 더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같은 사안으로 1년에 두 번 국회에 불려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부처들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일선 부처의 한 관계자는 “국감 준비 과정에서 정부의 업무 부담이 대폭 늘어나면서 자칫 연중 국감 준비를 해야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2월 임시국회 회기를 다음달 3일부터 28일까지로 정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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